딱히 즐거운 일 없고 무엇을 해도 흥이 나지 않는 우울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으나 끝날 기미가 없다. 25학번 신입생을 선발하였으나 이들을 포함한 의대생,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나라 전체를 보아도 작년 12월의 계엄령 사건 이후로 정치적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트럼프 발 경제 전쟁은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예상하지 않았던 엉뚱한 곳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지난 1월 8일, 대구시의사회관 3층 회의실에서 대구시의사회 주최의 명사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작은 키에 야구복을 입은 강사의 열정적인 강연과 청중들의 큰 호응으로 강의장의 열기는 역대급으로 뜨거웠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한국 프로야구 1호 안타, 1호 타점, 1호 홈런, 100호 홈런, 200호 홈런의 주인공이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17명에 불과한 영구결번(삼성라이온즈 22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현역 동안 16시즌 1천449게임에 출장, 5천34타석에서 타율 0.296, 타점 861, 홈런 252를 기록한 홈런왕이며 최고의 포수였다. 은퇴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 리그 코칭스태프가 되었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로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고, 귀국해 2006년부터 SK 와이번스의 코치와 감독으로 활약했다. 스포테인먼트를 선언하고 팬 서비스를 위해 '팬이 있어야 야구가 있다.'라며 사각팬티만을 걸친 채 문학구장을 한 바퀴 뛰는 '알몸 러닝' 공약을 이행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헐크 이만수, 그는 대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다.
대구광역시 의사회의 초청에 선뜻 응하여 인천에서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와 준 그는 과거 현역 때와 다르지 않았다. 'Never ever give up'(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이라는 에너지 충만한 강연 제목부터 남달랐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인생을 즐기자는 그의 목소리와 몸짓에 청중들은 웃고 고함지르며 그에게 동화됐다.
헐크 이만수는 SK 와이번스 감독을 끝으로 야구계에서 물러난 후 더욱 빛났다. 2014년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야구단을 만들어 국제 야구 보급에 앞장서고 헐크 파운데이션을 설립하여 많은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의 활동은 단순히 야구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스포츠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은퇴 후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며 겪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는 희망 전도사가 된 것이다. 그의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의 행보는 단순한 스포츠인의 삶을 넘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진정한 리더쉽의 예라 할 수 있겠다.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라 했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자연의 길이 사람과 동물들이 다녀서 생기는 것처럼, 인간 삶의 길 또한 자주 다녀서 길이 나게 된다는 뜻이다.
어려운 현실에 낙담하여 주저앉아 있다고 해서 될 일은 없고, 길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폭풍 한설 몰아쳐도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한 걸음씩 전진해 가야만 한다. 사람이 창조한 이 사회는 한바탕 꿈과 같은 것이다. 악몽일지 모른다고 지레 겁먹기보다 이왕이면 신나고 즐거운 꿈을 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차게 새로운 길을 걸어나가야만 한다. 그렇기에 헐크 이만수와 헐크 파운데이션의 사회공헌 행보는 소풍을 떠나는 아이들처럼 가볍고 활기차 보인다.
삼성라이온즈의 영원한 4번 타자, 헐크가 선물해 준 값진 추억들에 대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리며, 헐크의 열정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작은 날갯짓이 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힘차게 전파되었으면 한다. 또한 그와 헐크 파운데이션의 사회공헌 사업에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Never ever give up, Korea!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대경영상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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