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동욱의 대구문화 오디세이] 대구! 왜 대한민국 3대 도시인가?

교통, 구국, 교육, 예술, 산업의 요람…대한민국 제1의 '가거지'
팔공산 비슬산 감싸고 금호강 흘러…통일신라 시설 수도 후보지로 검토
실학자 이중환 "代 이어 살 만한 곳"

지난 12일 팔공산이 하얀 눈으로 덮여 설경을 자랑하고 있다.대구는 북쪽으로는 해발 l,193m의 팔공산이 높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는 1,084m의 비슬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난 12일 팔공산이 하얀 눈으로 덮여 설경을 자랑하고 있다.대구는 북쪽으로는 해발 l,193m의 팔공산이 높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는 1,084m의 비슬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 특유의 지형적 특성

대구는 북쪽으로는 해발 l,193m의 팔공산이 높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는 1,084m의 비슬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와룡산이, 동쪽으로는 완만한 구릉지가 형성되어 있는 분지형 도시다(기상청). 분지란 주위가 산지로 에워싸여 있고 그 안은 평평한 지역을 말한다.

대구는 해안과는 거리가 먼 내륙 분지 지역이어서 하계와 동계의 온도 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나타낸다. 연평균 기온은 14.5℃로, 연평균 강수량은 1,080㎜ 안팎으로 비교적 적은 반면 최고기온은 높아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더위 지역으로 유명하다. 대구의 수계를 살펴볼 때, 남과 북으로는 신천이, 동서로는 금호강이 흘러 대구의 서쪽 끝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형세다.

이처럼 대구는 팔공산과 비슬산이 병풍을 두르듯 감싸 안고 있으면서 그 속을 신천과 금호강이 관통하고,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형태를 보인다. 그래서 대구는 오래전부터 낙동강과 금호강, 신천 등이 범람하여 그 흙과 모래가 퇴적하면서 생긴 평야가 발달했다.

이중환 택리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제공
이중환 택리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제공
이중환 택리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제공
이중환 택리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제공

18세기 실학자인 이중환은 현지답사를 기초로 하여 저술한 인문 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 대구지역을 우리나라 제1의 가거지(可居地)로 손꼽기도 했다.

'들이 넓고 땅이 기름져 신라 때부터 인가가 줄어들지 않는다. 지리와 생리 등에서 여러 대를 이어 살 만한 지역이다'

(慶尙大丘琴湖星州伽川金山鳳溪幷甫田 / 壤自新羅至今人烟不衰地理生利俱可作世居之地)

대구경북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대구경북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내륙 교통의 요충지

대구는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한복판, 즉 영남지방의 중앙에 위치한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교통의 주요 결절점으로 다른 지역과의 교류협력 거점 기능을 해 왔다. 근대화 이후 대구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우수한 곳으로서 부산과 함께 영남지역 경제는 물론 교육문화 발달의 핵심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대구에는 경부고속국도를 비롯 중앙・중부내륙・광주대구・대구부산・대구포항 고속국도 등이 지나간다. KTX와 일반철도가 지나는 전국 최고의 교통망을 자랑하는 내륙 교통의 요충지다. 큰 도로나 철도가 만나는 지점의 경우 다른 지역과의 교류와 물류 이동이 쉬운 관계로 대구는 중추적 거점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내륙도시인 대구는 세계적 경쟁력을 위해 하늘길을 통한 국제적 연결망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동남권 국제 관문 공항인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뜻을 같이하면서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 통일신라 '수도' 후보지로 부각

대구는 역사적으로 볼 때 약 2만 년 전인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파란만장한 역사와 지난한 과정에서 성장을 거듭하면서 오늘날 인구 약 250만의 거대도시로 발전해 왔다. 삼국시대의 대구는 신라 수도 경주의 서쪽 관문으로 교통의 중심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러한 연유로 대구는 통일신라 때 새로운 수도 후보지로 검토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경주에서 대구로 수도를 천도하려는 계획을 가질 만큼 대구는 고대에서도 큰 비중을 가진 지역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도동서원은 지역 인재 양성의 뿌리 역할을 하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도동서원은 지역 인재 양성의 뿌리 역할을 하게 된다.

◆ 대한민국 교육수도, 인재양성 요람

대구는 조선시대 들어 역사의 중심에 선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조선 전기 국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대제학을 22년 동안 계속 겸임한 최고의 문장가 서거정이 있다. 대제학은 오늘날의 교육부장관에 해당한다. 서거정은 대구의 아름다운 절경 열 곳을 찬미한 시 <대구십영(大丘十詠)>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남겼다.

그리고 임금이 인정한 사액서원이자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서원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도동서원이 있다. 연경서원과 도동서원은 지역 인재 양성의 뿌리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성리학의 거두 전경창과 이숙량, 한강 정구의 활약으로 대구는 본격적으로 학문의 고장이자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경상감영은 대구를 비롯해 경상도 전체의 정치․경제․군사 행정을 관할하게 되었다. 대구시 제공
경상감영은 대구를 비롯해 경상도 전체의 정치․경제․군사 행정을 관할하게 되었다. 대구시 제공

◆ '영남 전체 관할' 경상감영

1601년에는 지금의 경상남북도 즉 영남 전체를 관할하던 관청인 경상감영이 설치된다. 감영 설치 후, 대구는 경상도 전체의 정치․경제․군사 행정을 관할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상감영이 대구에서 지속 운영되면서 대구는 역사의 변화를 선도하는 영남지방의 핵심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 구국운동의 중심지

대구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그 극복의 중심에 서 있었던 구국의 도시다. 거란의 고려 침입 당시 초조대장경을 보관하였고, 몽고 침입 시에는 팔공산을 중심으로 군사적 요충지를 맡았던 호국정신의 중심지였다. 임진왜란 최초의 의병장인 홍의장군 곽재우를 비롯하여 임란 의병의 근거지이기도 하였다.

조선말과 일제강점기에는 『조선국권회복단』과 『광복회』 등 국내 대표적 항일 독립운동단체들이 대구에서 결성되었다. 또한 대구는 격변의 근현대기에 역사적 사명을 선도한 호국도시다. 그중에서도 국권 수호를 위한 최초의 국민운동인 국채보상운동(1907), 민주화운동의 효시이자 4.19혁명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 2.28민주운동(1960)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상화 시인
이상화 시인

◆ 대한민국 예술지형도의 축소판

대구는 독창적 문화자산은 물론, 전통성을 보유한 대표적 문화도시이다. 영남문화는 물론 대한민국 문화의 거점으로 다양한 예술적 자취를 남긴 예향의 도시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전후기라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암흑기에도 오히려 예술 르네상스를 이뤄낸 터전이 바로 대구다.

일제강점기에 박태준과 권태호, 이인성과 이쾌대 등은 음악과 미술에서, 이상화와 현진건, 이장희와 이육사 등은 문학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씨를 뿌렸고 일제에 대한 저항을 몸소 실천했다. 6.25전쟁기에는 전국에서 피란 온 많은 예술인과 지역 예술인들이 어우러지면서 한국 문화예술의 확고한 중심지가 되었다.

이는 곧 현대 문화예술의 토대를 강하게 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이같이 뛰어난 문화적 잠재력과 인류 문화 발전에 기여할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대구는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현재도 대구 발(發) 글로벌 문화네트워크 강화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제일모직 공장 전경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제일모직 공장 전경

◆ 대한민국 '3대 도시' 대구

전통적으로 상업이 발전했던 도시였던 대구에선 공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1950년대를 지나며 대구는 전국 제1의 섬유도시가 되었고 197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영남내륙공업지역(嶺南內陸工業地域)을 형성하였다.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3대 도시가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공문에 사용되는 공식 표기에서도 대한민국의 3대 도시는 서울·부산·대구로 되어 있다. 이러한 직제 순서는 단순히 인구 등 단편적 요소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영남 행정의 중심지이자 국토 교통의 거점, 구국운동의 중심, 교육 수도, 한국 예술지형도의 축소판, 국가 산업화의 요람 등 대구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온 역사와 전통, 미래 잠재력 등이 총체적으로 투영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의 광역시 표기(직제) 순서상 대한민국의 대표 3대 도시는 서울·부산·대구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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