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관세전쟁] K-철강부터 직격탄…지역 對美 수출 1위 車부품 업계도 초긴장

적용 품목 확대 타격 불가피
경북 연간 8억달러 철강 수출…전반적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
현지 대규모 투자 현대車 부담…의료기기 업계 정책 변화 주시

11일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한 공장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월 12일부터 한국 등에 25% 철강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공식 발표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1일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한 공장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월 12일부터 한국 등에 25% 철강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공식 발표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해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강업계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강 산업 직격탄…자동차 업계도 타격

대구경북 업계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철강 수출액은 1억9천만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對美)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1위를 차지했다.

철강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경북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북지역의 작년 철강 수출액은 약 70억달러였고 미국(11.2%)은 일본(12.2%)에 이어 철강 수출액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알루미늄의 경우 미국은 지난해 기준 대구의 주요 수출국 2위였다. 경북의 알루미늄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로 압도적인 1위다.

이근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조치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제품이 전반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북은 미국에 연간 8억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제품은 5억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관세조치 경과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다수가 한국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입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만큼 이번 조치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부품·의료기기 지역 산업도 비상

대구경북의 대미 수출품목 1위 자동차부품 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업계도 부담을 상당수 떠안을 수 있다"면서 "미래 투자 경쟁력뿐 아니라 자동차 생태계 전체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경북 경산의 차부품 전문기업 A사 대표는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30% 이상으로 지난해 수요가 늘면서 수혜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로 현지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들여오는 부품의 가격대가 높아지면 공급을 받는 입장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에 미국 현지에 생산 라인을 마련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은 자금 사정도 그렇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 중인 기계 제작 업체 B사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공들여 만든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5년간 200% 이상의 대미 수출액 증가세를 보인 의료기기 업계는 직접적 타격은 아직 없으나 품목 확대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C사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철강, 알루미늄 제품과 분류 코드 자체가 달라서 현재로선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관세 부과 항목이 늘어날 수 있어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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