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만 다니기에는 불안한 현실에 N잡을 갖거나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7일 금융중심지인 서울 여의도에서 황소자산운용사 오준규(52) 대표를 만났다. 오 대표는 영남대 경제금융학과와 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과정을 거친 후 한 자산운용사에서 10여 년간 몸 담았다.
총괄투자책임자(CIO)까지 역임한 투자 전문가인 오 대표. 특히 2019년 창업한 그의 자산운용사는 초창기부터 에코프로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낸 걸로도 유명하다.
-자기 소개 부탁한다.
▶경북 청송에서 나고 학창시절 내내 대구에서 자랐다. 영남대 경제학과를 다닐 당시 이효수 교수님께서 중국의 부상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강조하시면서 세계 경제가 재편될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반월당역 삼성증권에 가서 20만원으로 처음 주식 계좌를 텄다. 주식을 하니 세상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살던 남구 대명동에서 경산에 있는 영남대까지 1시간 20분 걸렸다. 버스 안에서 경제 신문, 일간지를 보면서 등하굣길을 오갔다.
IMF가 터지면서는 금융 쪽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신문을 보니, 은행을 거치는 간접 금융 시스템에서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더라. 자본시장이 커질 게 분명했다. 2003년 금융권에 입사한 후 2014년까지 총괄투자책임자(CIO)로 있었다. 2019년에 황소자산운용을 창업했다.
-'에코프로' 투자로 여의도에서 유명하다고 들었다. 투자 방식의 특징이 있다면?
▶기업이 가진 기술의 경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시대가 그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따져본다. 한 기업의 기울기는 트렌드로 읽어야 한다. 법륜스님이 '노력은 내 몫이지만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주식 투자도 똑같다. 시장의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내가 시장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대신 어떤 기업이 나은지 순서는 정할 수 있다. 순서를 매기는 기준은 아까 좀전에 말했듯 기술력과 트렌드다.
-최근 관심 있게 보는 사안은 뭔가. 유망한 종목을 궁금해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요즘 가족들이 노이로제를 호소하고 있는 세 가지가 있다. 트럼프, 일론 머스크, 딥시크다. 그 세 개 키워드 관련해서는 밤낮 할 것 없이 찾아본다.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산업은 당연히 인공지능(AI)이다. 최근 중국 딥시크 논란, CES 쇼 등 IT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꾸준히 팔로우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양자 컴퓨터 이슈가 있었다. 그러면 양자역학에 대해서 공부한다. 상업화가 얼마나 될지를 파악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투자와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계속 산업 트렌드를 쫓으면서 습자지 같이 얕은 지식을 넓게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내 책장에는 주식 투자 관련 책보다 과학서들이 더 많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주식 투자 잘 하는 법이 궁금하다.
▶두 가지다. 잘하는 사람한테 맡기거나 스스로 노력해서 잘해지거나다. 후자의 경우를 설명해보겠다. 통상 그 주식을 꾸준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수익률이 좋다. 주식의 본질은 기업의 시간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다. 잘 분석하고 기다리면 상승 곡선을 타는 게 주식이다. 투자한 수익금 떼서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녀가 있다면 그들에게 그 주식을 물려줄 작정으로 주식을 대하라는 소리다.
다음으로는 세상 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너무 많이 안다고 능사는 아니다. 많이 아는 게 외려 노이즈가 될 수도 있다. 그럴 바엔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더 낫다. 자신의 직업과 밀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한국 주식 투자의 매력은 산업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산업군이 다양한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 중국, 한국 정도다. 산업 공부를 잘하면 주식 투자도 잘한다.
-너무 어렵다. 그렇다면 '이것만은 절대 하지마라' 하는 게 있나.
▶잘못된 투자 습관을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가령 레버리지, 트레이딩 등 단기간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는 금물이다.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것도 안 좋은 투자 습관이다.
'주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은 박스권에 있다. 기업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사니까 자꾸 타이밍을 따진다. 펀드에 맡기면 수익을 못 내는 이유다. 주식은 타이밍이 아니다. 물론 빠지는 걸 매도하는 것이 어렵고 오르는 걸 사는 일은 어렵다. 그래도 원칙은 전문성과 트렌드다. 워런 버핏도 '더 좋은 기업이 생기면 판다'고 했다.
![지난 7일 금융중심지인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황소자산운용사 오준규(52) 대표. 그는 총괄투자책임자(CIO)까지 역임한 투자 전문가다. 한소연 기자](https://www.imaeil.com/photos/2025/02/12/2025021211160458096_l.jpeg)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저축, 재테크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젊을 때는 고생해서 종잣돈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좋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취업해서 10년 동안은 월급을 7대3 정도로 분배하라고 조언한다.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하면 210만원은 저축하고 한 달에 90만원만 쓰는 거다. 부족하면 부모님한테 용돈 받더라도 내가 버는 소득의 70~80%는 투자하거나 저축해야 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근로소득이 내 생활을 자유롭게 하는 순간이 온다. 저축하고 투자할 돈은 '또 다른 나'가 버는 식이다. 그때는 일해서 버는 돈을 저축하지 말고 100% 쓰고 사는 거다. 그 시기가 올 때까지 부모님 여력이 되면 최대한 용돈 받는 걸 추천한다. 취업하면 부모님한테 용돈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영끌해서 부동산 투자하는 2030세대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투자는 하지 않는다. 소비하면서 가치가 오른다는 특징은 있지만 나에게 집은 소비의 측면이 크다. 소비하면서 나이가 어릴수록 쓰는 대로 감가가 되는 데에 소비하는 걸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일도 그렇다. 젊었을 때 워라벨 따지면 손해다. 워라벨은 고생해서 돈을 모은 뒤에 노후에 하는 거다. 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소득의 5% 이상은 보험에 쓰지 않는 것이 내 원칙이다. 그 이상은 캐시를 잡아 먹는 꼴이 된다. 우리나라 보험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나. 리스크 회피가 곧 리스크다.
-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듯하다. 지금보다 20년 젊어진다면 뭘 하실 건가.
▶우선 IT 분야 기술력으로 창업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다음으로는 재무 계획을 세울 거다. 한 달에 생활비로 얼마를 쓰고 교통비로 얼마를 쓸지 짜라는 것이 아니다. 재무 계획은 내 생애를 설계하는 일이다.
예컨대 취업, 결혼, 출산 등 시기를 정하고 그때 알맞은 자산 수준을 정한 후 그 목표치에 맞게 저축과 투자 계획을 짠다. 설계를 할 때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염두에 두고 계획하면 더욱 좋다. 물론 이루지 못하라고 있는 게 계획이다.(웃음) 그래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멘토도 많이 만들 것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똑똑하고 인격이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 가지 장점이 있는 사람을 옆에 두면 한 가지는 나한테 와 있더라.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면 주식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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