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황청-백악관 불법 이민자 추방 두고 날선 대립

교황 "나쁜 결말 초래"…美 "교회에 충실하길"

교황청과 미국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 정책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2017년 5월 바티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교황청과 미국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 정책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2017년 5월 바티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교황청과 미국 백악관이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교황청은 힘에 기반한 불법 이민자 추방은 잘못됐다고 비판하자 백악관은 교황은 가톨릭 교회에 충실하라고 반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현지시간)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불법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이라는 진실이 아니라 힘에 기반한 조처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나는 가톨릭교회의 모든 신자에게 이민자와 난민 형제자매들을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는 주장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지난달 19일에도 이탈리아 방송사 노베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날 서한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불법 이민 단속 옹호 발언을 반박하는 듯한 언급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질서라는 뜻)라는 초기 가톨릭 신학 개념을 인용하며 가톨릭 신자들은 비(非)이민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황은 "진정한 '오르도 아모리스'란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향해 열린 형제애를 구축하는 사랑을 깊이 묵상함으로써 촉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비판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border czar)인 톰 호먼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교황에게 해줄 가혹한 말이 있다"며 "교황은 가톨릭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황이 교회에 충실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경 단속은 우리에게 맡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먼은 그러면서 "교황은 자기 자신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바티칸 주변에 성벽을 가졌지만, 우리는 미국 주변에 성벽을 쌓을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불법 이민자 추방 및 국경 단속 정책을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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