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사공정규]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결짓는 편견을 멈춰야 한다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신뢰받아야 할 교사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고인이 된 김하늘 양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정신질환을 강조하는 선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가해자가 과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마치 정신질환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처럼 인식되도록 했다. 만약 가해자가 과거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았던 이력이 있다면 이를 기사에서 언급했을까?

범죄 사건에서 정신질환이 강조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끔찍한 사건과 정신질환을 연결하면 관심을 끌수 있다. 범죄 예방을 담당해야 할 기관들도 범죄 원인을 개인의 정신질환으로 치부하면서 구조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강력 범죄의 주요 원인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개인의 반사회적 인격 특성이다.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 중에도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으며, 정신질환이 있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경우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기보다는 스스로 위축되고 숨는 경향이 크며, 무기력감과 활동 저하를 경험한다. 오히려 우울증 환자는 자해 및 자살 위험이 높아, 사회적 보호와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 그러나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가 정신질환자일 것이라는 편견이 반복적으로 강화된다. 사실 대부분의 강력 범죄자는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키고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 환자의 60~70%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38명, 연간 1만3천978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특히 우울증 발병 후 첫 3개월 동안 자살 위험률이 일반인의 50~70배로 가장 높다. 따라서 우울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해야 자살을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이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은 11%로, 미국(66%)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고,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삶을 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직무 스트레스가 높고 정신적 부담이 크다. 이번 사건이 교사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강화하고, 교원의 자·타해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마음건강 검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징벌적 성격이 아니라, 지원적 태도로 운영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교원의 직무 스트레스 관리 및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결하는 잘못된 보도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더욱 음지로 몰아넣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뿐이다.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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