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앞뒤 뒤바뀐 듯한 헌재 탄핵심판 심리, 졸속 논란에 기름 부어

대통령 탄핵소추 '최우선 심리' 방침 확고, 다른 사건 미뤄둔 형국
의결정족수 확인만으로 결론 낼 수 있는 한 총리 사건은 첫 변론도 아직…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뒤가 뒤바뀐 듯한 헌법재판소의 심리 순서 역시 졸속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절차적 시비를 최소화해야 할 대통령 탄핵심판이 결론이 나기도 전에 얼룩이 지는 형국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최우선 심리' 방침을 밝히고 다른 사건들을 대부분 제쳐두다시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보다 앞서 탄핵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 사건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일관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선입선출'의 원칙론 외에도 야당의 무차별 탄핵공세와 윤 대통령이 얘기한 비상계엄 선포 사유가 맞닿아 있는 만큼 이들 사건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비록 시간상으로는 윤 대통령 이후 탄핵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역시 헌재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를 기준으로 이뤄진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 대한 해석만으로도 결론이 갈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논리적으로 맞물려 있는 점,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가수반 '대행의 대행'체제 속에서 그 시급성이 대통령 탄핵심판에 버금간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판결을 서두르다 지난 3일 선고를 연기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여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는 한덕수 권한대행 정족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의결정족수가 200석이라면 한 대행 탄핵 자체가 무효를 넘어 애초에 없던 부존재가 된다. 이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도망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족수 문제를 제쳐놓고 마은혁에 대한 '셀프 임용'을 하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한 총리 탄핵심판 준비기일을 지난달 13일과 지난 5일 열었고, 오는 19일에야 첫 변론기일을 잡아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전에 결론을 내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매일신문 '뉴스캐비닛'에서 "사건의 본질에 비춰 볼 때 (대통령보다) 먼저 판단을 해야 되는 게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라면서 "재판부에서 그걸 판단을 못할 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순서를 뒤집어놓는가.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헌재를 노골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헌법 해석 최고기관으로서의 헌재의 권위, 사법부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헌법 질서를 스스로 파괴하겠다는 보수가 어디있느냐"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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