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右)클릭했다고 저를 자꾸 모는데 저는 '우클릭'하지 않았다. 저는 제자리에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한 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 반도체산업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을 검토했다가 급선회하고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등을 철회했다가 민주당 추경안에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 등에 대해 오락가락 우클릭 행보라는 비난이 쇄도하자 "원래 실용주의자이지 우클릭한 것이 아니다"며 정색을 하며 변명했다.
우클릭하려다가 급선해한 간 것이 아니라면 이재명 대표의 원래 좌표는 어디일까?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고 '중국에 셰셰하기만 하면 된다'던 이 대표의 반미·친중 인식 역시 달라진 것일까.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며 첨단기술 협력과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 자산이다. 자유민주진영의 도움으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성장 발전해 온 우리는 앞으로도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
경기도 법인카드로 유명 맛집 스시(초밥)를 즐겨 먹기도 한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해 애정이 매우 깊다"는 고백은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한·미·일 협력과 한일 협력은 대한민국의 중대한 과제"라며 실용외교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그의 행보는 다행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우클릭한 것이 아니다'는 그의 말 대로라면 이 대표가 지키고 있던 원래 노선과 입장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존경한다고 하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알았나?"라며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꿔 온 평소 화법을 존중한다면 진짜 이재명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카멜레온'이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보수층을 공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하다가 민노총 등 지지층이 동요할 기미를 보이자 '진짜 노동시간 유연화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며 발뺌한 것이 진짜 이재명이다.
이 대표는 곧바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원래의 이재명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 4일제 시행으로 대체했고 '기본소득'과 기본사회를 다시 주장하면서 전 국민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철회한 것 역시 "진짜 철회한 줄 아느냐?"며 원래의 이재명으로 돌아갔다. 그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대표 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다.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고 추경을 조속히 논의하자며 정부·여당에 제의해 놓고는 30조원대의 민주당 추경에 25만원 지역화폐를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이 대표의 오락가락 정책 행보를 직격하기 시작했다. 비명계인 이광재 전 의원은 "정신 좀 차리자, 정도를 가자"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난했고, 김부겸 전 총리도 "당의 정체성·본질을 규정하는 정책을 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서는 안된다"며 우클릭 행보를 정조준했다.
이 대표는 덩샤오핑(邓小平)의 '흑묘백묘론'(黑貓白貓論)을 신봉하는 '실용주의자'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말만 바꾸는 '사악한' 기회주의자다. 갈짓자(之)행보를 해놓고도 '오락가락한 것이 아니다. 제자리에 있었다'고 강변할 정도로 얼굴이 두꺼운 '후흑한'(厚黑漢)이다.
그래 놓고는 15일 자신의 SNS에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는 마르틴 니묄러의 <침묵의 대가>를 인용, "눈 밖에 난 모든 이들을 독살, 폭사, 확인사살로 집단학살하려했던 윤석열 파시즘, 영구 집권을 위한 친위 군사쿠데타가 다행히 시민들에 진압되어 실패하였음에도 아무 일도 없다'는 그들의 궤변에 동의한다면..."이라며 탄핵 반대 여론에 강성 지지층을 동원·선동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동안 '이재명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대해 침묵하던 다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탄핵정국 구도가 팽팽해졌다. 진짜 이재명을 이제야 정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비리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반성하지도 않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정을 파탄으로 모는 야당 대표는 이 대표 외에 본 적이 없는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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