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전병서] 미국에 대한 기대, 트럼프에 대한 공포도 낮춰야 할 이유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코로나 3년, 후유증 1년 후 세계는 다시 회복되었지만 이전에 보지 못했던 'K자 회복'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진 양극화 회복이고 이를 정치권이 이용하면서 미국은 대통령 후보를 총으로 쏠 정도로 극단적인 포퓰리즘과 편가르기가 선거판을 휩쓸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을 건설할 위대한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휴스턴대학교가 2023년 12월 전미정치학회(APSA)와 정치 분야 전문가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위대한 대통령 프로젝트'에서 트럼프는 역대 45명의 대통령 중에서 최악인 45위를 했다. 1위는 링컨, 오바마는 7위였다. 반면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중 분열을 조장하는 갈라치기를 가장 많이 한 대통령에서 1위로 뽑혔다.

트럼프는 3T, Tariff(관세), Trade(무역), Territory(부동산) 대통령이다. 천박한 부동산업자 출신의 습관을 못 버리고 앞으로 협박하고 뒷거래로 돈 챙기는 수법을 '거래의 기술'로 포장해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 가자지구의 땅을 탐낸다.

중국에 60% 관세를 때리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정작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때리고 중국은 10%를 때려 동맹국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고 한 말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큰 기대를 모은 '위대한 미국'을 다시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낮추어야 할 것 같다. 첫째, 트럼프는 "한 놈만 패라"는 싸움의 법칙을 모른다.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 이길 장사는 없다. 둘째, 내부의 모순과 충돌이 있으면 전쟁 전에 내부 싸움을 하다 무너진다. 트럼프의 무역, 재정, 작은 정부, 감세, 관세, 환율정책 등은 정책들 간에 일관성도 없고 앞뒤 모순 덩어리다.

셋째,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다. 지금 "중국 잡겠다"고 쓰는 트럼프 전략은 미국 동맹들의 팔로워십을 스스로 깨부수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정책에서는 대국의 관용과 포용이 보이지 않는다. '벨벳 장갑 속 쇠 주먹'을 내보이며 힘으로 만든 트럼프의 미국 리더십은 정권이 바뀌면 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베풀지는 않고 등쳐 먹는 군주에 충성하는 신하는 없다

넷째, 2등이 1등을 넘어뜨리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트럼프의 관세와 무역정책은 식상하다. 제조업, 무역에서 세계 1위는 중국이고 미국은 2위다. 트럼프 1기 집권기에 이미 실패한 보호무역과 보복관세로 중국을 잡겠다고 애먼 주변 동맹국을 먼저 때려잡는 것은 실패한 정책에 대한 '분풀이 복수혈전'일 뿐이다.

다섯째, 급한 밥에 체한다. 트럼프는 2년짜리 대통령이다. 중간선거에서 지면 바로 레임덕이 와 식물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장관 인사부터 대외정책까지 번갯불에 콩을 굽는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때리자 중국이 선수를 쳤다. 15% 보복관세에 자원 통제와 기업 보복 두 가지를 더 들이밀었다. 대중 제재의 첫 단추부터 꼬였다. 트럼프는 중국과 바로 통화하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협상이 트럼프 뜻대로 안 된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시대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고통받은 세계는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분열과 증오로 점철되었던 미국 선거가 끝나고 화합과 통합 그리고 세계를 다시 관용과 포용으로 감싸는, 평화를 가져올 미국 대통령을 기대했다.

4년 전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를 힘들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우-러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선거공약으로 당선되었지만 우-러 전쟁 종식은 역시나 선거판 말잔치로 끝났다. 오늘도 우-러는 서로 피를 흘리고 있다.

취임 한 달이 돼가는 '관세 대통령' 트럼프는 전 세계를 관세로 위협하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실현하겠다고 하지만 세계는 이제 미국에 대한 기대도, 트럼프에 대한 과도한 공포도 낮출 때가 되었다.

그러나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트럼프에게 약한 자로 인식되면 가차 없는 희생양이 된다. 한국은 우리가 강한 것이 무엇인지 빨리 찾아 트럼프의 희생양이 되는 슬픈 신세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