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김성준] 규제개혁은 상식이다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고령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선진국 대부분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그 가운데 농촌 인구의 고령화 속도는 도시 지역보다 월등히 빠르고 인구 감소와 함께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고령화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농촌의 경우 농가 경영주의 평균연령이 66세에 육박하고, 40세 미만의 청년 농업인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가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나 홀로 독주하고 있는 미국조차 농촌 인구의 고령화를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기는 하나 미국 농부의 평균연령도 이미 58세가 넘는 수준이다.

농촌의 고령화는 곧바로 농촌의 노동력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촌 지역 각 지자체가 파격적인 정책으로 청년층을 유입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성공 사례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자신도 시골서 농사짓고 싶지 않아 대도시로 왔으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 큰일이라며 탄식하는 모습은 또 다른 이율배반이고 내로남불 아닌가!

젊은이들을 유입시키거나 외부 유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단기간에 찾아내고 성공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솔직한 고백이다. 일할 수 있는 젊은 노동력이 갈수록 줄어든다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자율 주행이 가능한 농기구, 트랙터 등을 적극 도입하고 농장과 과수원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無人)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트랙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매체를 통해 운전자 없이 트랙터가 스스로 밭갈이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결국 우리 농촌의 미래도 이 노정을 따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업계나 운전자 사이에서는 미국의 테슬라와 한국의 테슬라가 다르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돌아보면 과거 실제로 외국 제품이 국내에 수입됐을 때 본국과 품질 차이가 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 얘기하는 차이는 자동차 자체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규제(기준)가 다르기 때문에 초래되는 차이를 말한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허용되는 기술과 기능이 국내에서는 금지 또는 제한되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특정 국가나 지역에만 있는 비현실적 규제)로 인해 실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술적 우위와 자본력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정부 규제개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낡고 오래된 규제는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위협을 주고 여론을 호도하여 기술 실현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자본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보조금을 주는 것도 분명히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은 결국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추가적인 혈세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기업들의 원활한 자본 조달을 위해서는 자본시장, 금융시장을 얽매고 있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이다.

국내시장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시험대(test-bed) 역할을 한다. 기술도 인간처럼 실천을 통해 학습하기(learning by doing) 때문에 현실에 직접 적용되면서 진화한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종(種)은 예외 없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빠르게 적응하고 살아남는 데 온 힘을 다해도 뒤처지기 십상인 시대에 변화에 따라가지 못함은 곧 멸종을 뜻하는 것이다.

지금은 마냥 돌다리를 두들길 때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쏟아지는 물결을 피해 전속력으로 넘어가느냐 그냥 그대로 쓸려가느냐의 양자 선택 기로에 서 있다.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국가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에 이리저리 눈치만 보지 말고 정부는 제발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변화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는 건 어린 학생도 안다. 규제개혁은 '상식'(common sen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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