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30여 명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절차 위반에 대한 유감과 우려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헌재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재판관들이 특정 이념 성향의 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정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절차의 공정과 적법 절차의 준수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된 것이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개시부터 변론기일 횟수를 제한하고, 윤 대통령 구속 상태에서 매주 2회씩 재판을 진행하는 한편 증인신문 시간도 제한하였다. 헌재법 제32조 단서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헌재는 이를 무시하고 수사 기록을 주요 증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
공정성 논란이 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절차는 성급하게 진행하면서 국정 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은 탄핵소추된 지 54일 만인 지난 2월 19일에야 변론을 열고 당일 종결하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신중함도 요구된다.
국론이 극도로 분열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헌재는 갈등의 종결자가 되어야지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이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과 권위가 스스로 인정된다. 그러나 헌재를 비롯한 사법부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 중에 임명되는 것이므로 민주적 정당성과 권위가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할 때 국민의 신뢰를 받아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은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침범하여 난동을 부리고 헌재 공격을 모의하는 글이 인터넷에 떠도는 지경이 되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권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법부 스스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004년 대통령 변호 대리인단의 한 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낸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의 책 '운명'에서 "누가 헌법재판관들에게 대통령 탄핵 결정 권한을 주었을까" "국민이 헌법재판관을 선출한 것도 아닌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의 정당성이 어디에 있을까"라고 하면서 헌재의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하여 의문을 표시하였다.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헌재의 권위에 대한 비판은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줄탄핵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청할 만한 의미 있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3월 중순까지 다른 사건을 배당받지 않고 집중 심리를 진행하고 있어서 3월 중순까지는 선고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경우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의 민주당 이외에는 개헌을 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개헌과 선거법 개정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이다.
헌법 개정이 논의될 경우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제왕적 의회 독재의 문제점에 대하여도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강화와 양원제 국회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현행 현법상 국회의 비례대표의원제를 없애고 지역구 선출 의원 200명으로 하원을 구성하고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2, 3명씩 선출된 상원의원과 각종 이익 집단 및 전문가 집단을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100명 이하 규모의 상원을 두는 양원제 국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원의원의 임기는 4년,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하고 하원은 2년마다 의원의 2분의 1을, 상원은 2년마다 의원의 3분의 1을 개선함으로써 의회의 구성에 국민의 여론이 신속히 반영되도록 하는 한편 의회 독재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양원제 국회가 도입될 경우 헌재의 권한 중 정치적 재판의 성격이 짙은 탄핵심판은 상원에서 맡는 것이 탄핵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기고-안종호] 대구 군부대 이전지 선정, 공정성 담보해야
한동훈 '비상계엄' 다룬 책, 예약판매 시작 2시간 만에 댓글 600개 넘어
인요한 "난 5·18때 광주서 시민군 통역…尹과 전두환 계엄 달라"
전한길 '尹 암살설' 주장…"헌재, 尹 파면 시 가루 돼 사라질 것"
이재명 '중도보수' 논란에 "DJ·文도 말했다…흑백만 있는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