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만800원에 옷 두 벌 사고 밥 먹기 성공" 고물가 시대, 가성비를 쫓아…

반월당역 메트로센터에서 보낸 가성비 넘치는 기자의 하루
경기 침체·고물가로 허리띠 졸라매는 서민들
가성비 구제옷·가성비 식당에 몰리는 모습

13일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내 저가 의류점포에서 소비자들이 옷가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내 저가 의류점포에서 소비자들이 옷가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고물가에 씀씀이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침체로 구제 의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30도 구제 의류 관심

12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에 있는 한 구제 옷 가게. 이곳은 해외백화점브랜드 구제를 할인해서 판매하는 곳으로, '9,900원'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옷걸이마다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웬만한 옷은 9천900원 밑으로 살 수 있고, 버버리, 닥스 등 명품이나 이에 준하는 브랜드 의류도 2만원에서 2만5천원 사이에 구입할 수 있다. 이날 버버리는 이미 팔리고 없었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매장 안엔 5명 이상의 손님이 옷걸이에 즐비한 구제 옷들을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옷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자 또한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일본 보세 후리스('Fleece'의 일본식 발음. 양털 느낌이 나는 폴리에스터로 만든 인조 양털 외투를 뜻함)을 9천900원에 '득템'할 수 있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지점에서도 단돈 4천900원에 질 좋은 하늘색 니트를 쟁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2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안에 있는 구제 의류매장에서 기자가 9천900원에 구입한 일본 보세 후리스. 윤정훈 기자
지난 12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안에 있는 구제 의류매장에서 기자가 9천900원에 구입한 일본 보세 후리스. 윤정훈 기자

이곳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류가란(38) 씨는 "구제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는 부산에 비해 지금까지 대구에선 상대적으로 구제에 대한 인식이 '남이 있던 옷', '죽은 사람 옷' 등 좋지 않았다"며 "원래는 나이든 여성들이 주된 고객이었으나 최근엔 한창 돈을 아낄 때인 2030 젊은 직장인들이 가성비 좋은 구제 옷을 많이 찾는 것 같다. 1년 전만 해도 2030 비율이 10% 정도밖에 안 됐는데 최근엔 30% 정도는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지점이 3곳으로 확대됐는데, 2호점인 이곳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고, 서문시장에 3호점이 개점했으며, 월배 지역에서도 곧 오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3일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내 뷔폐집이 값싼 가격에 식사를 하러 온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내 뷔폐집이 값싼 가격에 식사를 하러 온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가성비 좋은 식당

'가성비 쇼핑'을 마친 후 5분 정도 걸어 메트로센터 안에 있는 보리밥 식당을 찾았다. 식당 유리에 붙여 놓은 '밥 나물 반찬 무한리필'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점심시간이 한창인 정오 무렵이라 식당은 외부 테이블까지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혼밥러'를 위한 1인 전용 테이블까지 마련돼 있어 다양한 유형의 손님을 수용하기에 적합했다. 그 덕인지 테이블마다 손님 수, 성별, 연령대가 모두 다채로웠다.

이곳의 장점은 단돈 6천원이면 15여가지에 이르는 신선한 나물과 반찬, 그리고 밥과 국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게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자마자 된장국과 시래깃국, 숭늉이 눈앞에 차려졌다. 기다란 테이블 위에 즐비해 있는 나물과 반찬들을 둘러보며 고심해서 그릇에 다 담고 나면 주방 아주머니가 계란후라이까지 올려준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러한 식사를 6천원에 즐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 12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안에 있는 보리밥 뷔페에서 기자가 단돈 6천원에 먹은 점심 밥상. 윤정훈 기자
지난 12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안에 있는 보리밥 뷔페에서 기자가 단돈 6천원에 먹은 점심 밥상. 윤정훈 기자

이날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남병호(69) 씨는 "가성비가 너무 좋고 집도 이 근처여서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며 "요즘 물가가 하도 비싸서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식당 사장 남기석(68) 씨는 "우리 식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잘되는 것 같다"며 "오전 10시 30분에 오픈을 하는데 그때부터도 손님들이 꽤 와서 이때부터 낮 12시까지 70명이 다녀간다. 저녁 6시 30분까지 영업하는데 하루에 오시는 손님이 140~150명은 된다. 아무래도 요즘 같은 시기에 가성비가 좋고, 특히 '웰빙'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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