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여당과 정부가 제안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대책 등의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뭉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의 쟁점(爭點)인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가,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오히려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주 4.5일 근무제'를 거쳐 '주 4일제'를 제안했다. 노동계 등 민주당 지지 기반의 이탈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달라지는 이 대표의 말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국회에선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표류(漂流)하고 있다.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1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주식시장 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연 4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법안은 가로막혔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여야 잠정 합의에 따라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됐지만, 야당이 '부자 감세(減稅)'를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또 다른 밸류업 대책인 '주주 환원 촉진 세제' 신설 법안은 이날 조세소위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와 배당을 받은 주주의 배당소득세를 줄여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 특별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정책토론회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 "'좀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냐'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와 노동계의 반발(反撥)로 이틀 만에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냐"며 말을 뒤집었다.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법, 해상 풍력 특별법 등 '에너지 3법' 처리도 여야 합의가 안 돼 시간만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당력(黨力)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중도층 표심을 겨냥해 '실용주의'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잇따라 내세우고 있지만, 말의 성찬(盛饌)일 뿐이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진영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경제·민생 법안 처리에선 이념·진영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먹사니즘을 앞세우면서도 노조 편향적인 '노란 봉투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양곡법 등을 밀어붙였다. 말과 행동이 따로다.
나라 경제가 미국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에 놓였다. 정부와 국회, 기업과 국민이 힘을 모아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낡은 이념의 틀을 버려야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중도층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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