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신간 소개를 위한 책들이 빼곡히 담긴 박스가 회사로 들어온다. 이주엔 어떤 책을 소개할까 하고 들여다보던 중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주 작은 친절의 힘'. 그간 '다정함'이 지닌 힘은 꾸준히 강조돼왔고 이와 관련된 책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요즘의 세상은 다정함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우리 시대와 사회를 표현하는 단어가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치솟는 물가, 불안한 나라 안팎의 상황, 일상을 위협하는 노동의 조건과 체감되기 시작한 기후 위기까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겨우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짐에도 그저 타인의 일이라며 선을 긋고, 눈 딱 감고 지나가게 될 수밖에 없는 게 팍팍한 현실이다.
이렇게 섬처럼 단절된 개인이지만, 그 내면들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당연한 것이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은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과 친절에서 시작한다. 작아보이지만, 작은 친절이 불러올 사회적 영향을 생각하면 결코 작지 않은 행위다. 하나의 예로 일이 안 풀려 머리 위에 짜증스러운 회색 구름이 딱 떠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료, 친구 심지어 지나가던 낯선 사람이 베푼 작은 친절로 인해 구름이 걷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친절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만약 누군가 "오직 나 자신만 생각했을 때, 왜 친절해야 하나요?"라고 물을 때 저자는 "그것이 몸에 좋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때 뇌의 활동을 촬영한 결과 실제로 '보상'과 관련이 있는 부위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관찰됐다. 나아가 친절한 행동은 행복과 기쁨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되게 해 신경을 이완하고, 혈압을 낮추며, 염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유전적 수준에서 노화를 늦춰준다. 의약품 산업에서 과학자로 일하며 심혈관 질환과 암치료제를 개발했던 저자는 이러한 사실의 과학적 근거까지 설명한다. '친절'이 주는 신체적 보상을 파악하면 친절을 베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친절에 대한 또 다른 과학적인 접근으로, 저자는 애초에 우리는 친절하도록 태어났다고 말한다.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필요 없이, 친절이 우리 몸속 깊이 뿌리박혀 있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포드햄대 비영리 리더센터장 앨런 럭스는 1979년에 이미 '헬퍼스 하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타인에게 당장 필요한 걸 살피는 데 관심을 두면 자신으로 벗어날 수 있다. 이때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 타인을 돕는 것에서 비롯되는 포근함과 만족감이 '헬퍼스 하이'의 근원이다.
물론 우리가 늘 친절만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각광받고 있는 '마음 챙김'(명상처럼 개인의 심신에 안정과 평화를 주고 현재에 집중하는 행위)에서 시작해, 여기에 친절을 더한 '친절 챙김'을 이야기한다. 초점이 나 자신에게 기운 마음 챙김과, 타인에게 공감하는 행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되, 거기에 친절을 조금만 더하면 한결 더 훌륭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책 속에서 친절을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들도 제시한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마지막 방송에서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제발, 시니컬해지지 마세요. 냉소적인 태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면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겁니다" 큰 마음으로 작은 일들을 주고받으며 의도적으로 친절한 하루가 되길 바라본다. 284쪽, 1만8천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