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글로벌 금리 인하' 멈추나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 "인플레이션 위험… 조심해야"
미국 1월 물가 지표 '깜짝 상승'에 "금리 인하 늦춰질 것"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관한 포고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사실상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 ECB, 인플레이션 위험 주목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인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들어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델에 따르면 통상 마찰이 증가할 경우 성장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지만 반대로 인플레이션도 증가하기 때문에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 일은 성장 아닌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한 빅컷(정책금리 0.50%포인트 인하)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도 전날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한 연설에서 무역 분야 불확실성이 '극적으로' 커졌다며 비싼 에너지 가격 등 구조적 위기를 금리 인하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부터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해 왔으나 미국발 무역 전쟁과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우려에 따라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작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정책금리를 다섯 차례 인하했다.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는 연 4.00%에서 2.75%까지 내려갔다.

◆ 1월 미국 물가지표 '깜짝 상승'

미국에서도 지난달 물가 지표가 '깜짝 상승'을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를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고 평가했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 같은 수준의 결과가 몇 달간 이어진다면 연준 임무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같은 날 공개 행사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의 안개가 금세 걷힐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더욱 복잡해져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도록 공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금리는 인하돼야 한다. 이는 다가올 관세와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적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 같은 대통령 발언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국민들은 연준이 계속해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경제 상황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해도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진 못했다. 오늘 발표된 물가 지표 역시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며 "우리는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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