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교원의 교직수행 여부를 판단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교내 온정(溫情)주의·까다로운 절차 등의 이유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신체적 질환을 가진 교원의 직무수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 통상 민원이나 감사, 소속 기관장의 요청으로 열린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에서 자치법규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2005년 교육부의 부적격 교원 퇴출 방침으로 '교직복무심의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고 2013년부터 질환교원심의위를 본격 운영했다. 현재 의료인, 법률인, 학부모단체 등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위원회는 운영 이후 10여 년간 단 2명의 교원만 심의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특히 2019년 이후로는 5년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교육계는 질환교원심의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교육청 규칙이다보니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현재 구조상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교장이 보고하는 형태다 보니 모든 책임과 부담을 교장이 지고 있다"며 "함께 근무하는 교사를 퇴출시키라고 문제 삼는 게 정서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질환교원심의위가 열리고 교직 수행이 불가능한 교사가 직권 면직되기까지 절차도 까다롭다. 해당 교원 재활을 위한 휴직·연수 등의 기간과 면직 처분에 불복할 경우 소청(訴請) 심사·행정 소송 등의 과정이 필요해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 의사 소견서가 필요한데 해당 교사가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정신질환 교원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이른바 '하늘이법'에 대한 실효성 우려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3일 교원이 정신질환 등으로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어려운 경우 직권 휴직·면직을 가능하게 하고, 폭력성 등 특이 사항 보이면 교육 당국이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법제화 과정에서 현재 질환교원심의위 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균섭 경북대 교수(교육학과)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위원회를 개최하는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적 제도를 통해 학교장 부담을 줄이고 교육청이 적극 개입하는 등 의무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신질환과 관련해 어떻게 심각성을 구분하고 객관적인 검증 요건을 만들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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