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에 일주일 새 두차례 폭설이 내리면서 배달기사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악천후로 배달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수입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배달기사가 적잖은 만큼 보험 강제가입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다음날인 13일 북구 복현동의 원룸이 밀집한 한 골목길은 제설작업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난 탓에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자동차보다 균형잡기가 어려운 오토바이가 다니기에는 위태로워 보였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배달기사 박요한(29)씨는 폭설이 내린 전날 눈길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박씨는 "눈이 내리다 비로 바뀌면서 골목길의 눈이 엉겨 붙어 넘어졌다. 결국 바닥에 발을 대고 오토바이를 밀며 다녔다"며 "눈 아래로 얼음과 포트홀이 숨어버리니, 배달 건수를 찾는 휴대전화와 오토바이를 제대로 조작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위험한 환경에도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끌고 나오는 것은 '수입' 때문이다. 악천후 시 평균 2천원 초반 수준의 건당 배달수입이 두 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의 경우 폭설로 인해 출근한 배달 기사보다 주문 수가 많아지면 '미션'이라 불리는 조건부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6, 7건의 배달을 마치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배달비를 주는 시스템이다.
배달기사들은 눈이 내린 다음 날도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눈이 오는 날이면 배달일을 쉬었다는 이수현(33) 씨는 "골목길이나 지하주차장은 아직 얼어있는데, 이런 곳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그래도 이틀 연속 쉴 수는 없으니 조심히 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배달업계 일각에서는 사고 시 피해 회복을 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는 보험료가 만만치 않은 데다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아도 기사로 일할 수 있어, 지난 2023년 기준 배달기사의 유상운송보험 가입률은 40%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철관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대구지회장은 "젊은 기사의 경우 각종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며 "배달서비스공제조합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20~30% 할인해주지만, 이 역시 대형 플랫폼에 소속된 라이더만 가입할 수 있다. 공제조합 가입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2200원까지 떨어진 배달 단가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위험한 출근길에 나서는 배달 기사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대구 북구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 남아 있는 눈. 제때 치워지지 않은 눈은 단단히 얼어붙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두나 기자.](https://www.imaeil.com/photos/2025/02/13/2025021317032611697_l.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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