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키맨'으로 꼽히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의 증언이 신빙성 논란에 부닥쳤다. 홍 전 차장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는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해 사실상 탄핵소추 방아쇠를 잡아당긴 인물이다. 향후 형사법정에서 내란죄 성립 여부를 가를 핵심 증언이 뒤흔들리면서 재판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 전 차장, 공관 앞에서 메모 썼다 했지만 사실 아냐"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홍 전 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 작성' 증언과 관련 사실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증언을 이어나갔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는 말을 지난주 헌재 증언에서 처음으로 들어 사실 파악을 해봤더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홍 전 차장이)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고 했지만 그는 당시 국정원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체포 명단'이 있었다며 비상계엄 사태 당일 전후 상황을 설명한 홍 전 차장의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오후 11시 6분쯤 국정원장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갑자기 적게 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체포 명단 메모 내용 자체의 신빙성도 도마에 올랐다. 총 네 종류의 체포 명단 메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자신이 쓴 메모를 보좌관에게 줘 정서(淨書·정리해서 다시 씀)시켰다고 하니 2개가 있는 셈인데, 담당 보좌관이 홍 전 차장에게 정서한 메모를 전달했고 12월 4일 늦은 오후에 홍 전 차장이 다시 한번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에 보좌관이 갖고 있는 게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 썼고 이것이 세 번째 메모"라며 "해당 보좌관은 파란색 펜으로 사람 이름만 썼고 동그라미를 치거나 '방첩사'라는 문구 등 가필은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12월 4일 오후에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쓴 메모에 가필을 한 버전이 네 번째 메모"라며 "그렇게 되면 홍 전 차장이 설명한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 지난해 정보위서 野에 7차례 인사 청탁"
조 원장은 이날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의 정치적 중립성 또한 문제 삼았다. 조 원장은 지난해 여름쯤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야권 인사에게 수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그가 이미 야권 친화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조 원장은 "정보위에서 지난 정부 국정원에 계셨던 어느 야당 의원이 홍 전 차장을 지목하며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 유력 사람을 통해서 7차례 인사 청탁을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국정원에 있었던 야당 의원이라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박선원 의원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에 김 변호사가 "홍 전 차장이 박지원 또는 박선원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7차례 했다는 취지냐"고 묻자 조 원장은 "그렇게 야당 의원이 발언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이런 것들을 보면서 홍 전 차장의 정치 중립과 관련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조금씩 머릿속에서 생각하게 됐다"며 "정보위 회의 중 있었던 이야기니 속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진술에 박선원 의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박지원 의원도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지 말라"며 반박했다.
◆尹 "대통령인 내자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할 이유 없다"
홍 전 차장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리라'고 증언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이날 변론에서 재차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 원장의 증인신문 관련 의견 진술을 통해 "대통령인 제가 국정원 1차장인 홍장원에게 전화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앞서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다며 "(윤 대통령의 지시를) 말뜻 그대로 이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홍 전 차장 증인신문과 오늘 증인신문을 보면 대통령인 제가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원장이 국내에 있나 해외 출장 중인지에 대한 오해가 전화로 부득이하게 돼서 이렇게 시끄러워진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 국정원장이 참석해야 하는데, 원장이 미국에 출장 중이라고 착각해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조태용 원장이 참석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오후 11시쯤 다시 전화를 걸어 '원장이 (한국에) 있다는 말을 왜 안 했냐'고 묻고 '방첩사령관과 육사 선후배니까 선후배 차원에서 지원을 좀 잘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통화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변론에서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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