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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장성혁] '인구소멸' 마주한 지방 식품사막, 버팀목으로 진화한 쿠팡

장성혁 기자
장성혁 기자

"한국의 인구는 2100년까지 현재의 반절 수준인 2700만명으로 감소한다."

지난해 유엔(UN)이 예측한 한국의 '인구 로드맵'이다. 뉴욕타임즈의 로스 다우서트 칼럼니스트는 "14세기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할 것"이라고 했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국 인구의 3분의 2가 한 세대 마다 사라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닌데 관심을 보이는 건 그만큼 한국 인구 감소가 전 세계적 화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출산과 내수침체, 고물가, 부족한 일자리, 비싼 집값…너무 많은 복합적인 이유가 인구감소를 부추겨왔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잘 언급되지 않은 것이 바로 '식품 사막' 문제다. 매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담긴 먹거리를 못 사고, 필요한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그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거주지로부터 반경 500~800m 이내 식료품점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을 식품사막이라고 한다. 문제는 한국도 지방 중심으로 식품사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만7563개 행정리 가운데 2만7609곳(73.5%)가 식품 소매점이 없다. 100가구 남짓 사는 마을인데 반경 10km에도 식료품점이 없거나, 관광지라 음식점이나 카페는 많지만 정작 계란 한판 살 마트가 없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편의점 등 일부 유통업체들이 '식품트럭'을 꾸려 시골을 돌지만, 일정 운영 기간이 끝나면 시골 주민들은 다시 장보기 어려움에 봉착한다.

365일 다양한 상품을 제때 구매할 '유통 인프라'가 지역 곳곳에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 할인점들도 수년 전부터 인구감소 지역을 포함한 지방 곳곳에서 철수해왔다.

이런 점에서 최근 쿠팡이 제주도에 365일 주문이 가능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쿠팡은 국내 유통기업 최초로 제주도에 200억을 투자해 냉장냉동 물류시설을 구축했다.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계란이나 두부, 김치를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제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제주도로 이주할 계획인데 새벽배송을 환영한다"는 반응이 많다.

제주도 인구는 지난해 67만5000명으로 전년(67만7000명)보다 줄어드는 등 67만명 선이 붕괴될 처지다.2021년부터 인구가 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섬 지역 특성상 지역의 유통망이 적어 물가가 높아 장기간 거주가 어렵다는 이유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뽑혔다.

실제 대형마트가 있는 제주시, 서귀포시를 제외한 구좌읍, 애월읍 등 제주의 여러 읍면 단위 지역은 서울처럼 다양한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보기 환경이 부족하다. 그러나 도서산간지역을 포함한 제주도에서 계란이나 김치, 만두와 생필품을 365일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풍광이 좋은 관광지를 넘어 거주환경 자체가 서울이나 수도권 못지 않은 '살기 좋은 동네'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까닭이다.

쿠팡은 10년 이상 6조원 가량 적자를 내며 로켓배송에 투자해왔고 이에 대해 일각에서 "곧 문 닫을 것"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쿠팡 없이는 지방 경제가 활력을 잃을지 모를 상황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대비 지난해 서울·경기 인구(2325만5000만명)는 100만 명가량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방 인구(2845만8000명)는 3만명 이상 줄었다. 2026년까지 3조원을 물류에 투자, 2027년부터 전국 시군구 230여곳(전체 260곳)에 로켓배송을 시행하겠다는 쿠팡의 지방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미 강원도 폐광촌부터 한반도 최남단 여수를 포함한 경상도·전라도 주요 지역은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활발하다. 쿠팡의 배송 유통 인프라가 식료품점 없는 지역 곳곳에 소비 증가를 견인하고, 인구 유입을 늘려 지방 경제를 살리는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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