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18 상징' 광주 금남로서 '尹 탄핵 반대' 대규모 집회…큰 충돌 없어

광주 금남로 일대 낮 12시쯤부터 인파 집중
전국 각지서 모인 탄핵 반대 집회 "광주 시민들도 깨어나야"
탄핵 촉구 집회 "윤석열 대통령 계엄, 절차적 정당성 없어"

15일 오후 2시쯤 찾은 광주 금남로 일대.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
15일 오후 2시쯤 찾은 광주 금남로 일대.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있다. 남정운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15일 열렸다. 불과 100m 떨어진 맞은편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양 측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지만, 경찰이 집회 길목마다 안전관리 인력을 동원하면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서 모인 尹 탄핵 반대 집회…광주 시민도 참석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오후 1시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집회장소인 금남로 일대는 낮 12시쯤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로 인파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중에서 전세버스를 대여해 온 단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세이브코리아 측은 당초 1천명 규모로 집회 인원을 신고했다가 참가 인원을 1만명으로 대폭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은 양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를 기다리며 탄핵 반대 구호를 외쳐댔다. 일부 참여자들은 'stop the steal', '우리법연구회 좌파사조직', '북침주장 행배아웃', '대통령을 석방하라', '탄핵무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인파가 몰리면서 길거리에서 태극기, 성조기를 판매하는 노점상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태극기 판매 상인 전승민(26) 씨는 "한 달 넘게 탄핵 반대 집회를 지켜봤는데 매주 인파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2주 전 부산역 집회 때 800개를 팔았는데 오늘은 집회 시작도 전에 집회 참여자들이 300개 가량의 태극기를 사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광주에서 온 참여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한다는 김철호(55) 씨는 "전두환 신군부가 일으켰던 5·17 비상계엄 때와 지금은 다르다. 민주당의 입법 횡포로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하게 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사기 탄핵을 막기 위해 광주 사람들도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광주시민 오민우(30) 씨도 "광주가 민주당 지지세가 엄청 강한 지역이지만 모두가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는 표도 안 주게 됐다. 지금도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거듭하다가 나라를 망쳤지 않냐"고 했다.

집회 참여자 대다수가 50·60대지만 20대·30대 참여자도 일부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임예지(20) 씨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과 어떻게 싸워왔는지 알고도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나"며 "주변에도 탄핵 반대 의견이 점점 늘고 있다. 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음모론으로 치부하지 말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3시쯤 찾은 광주 금남로 1가 일대.
15일 오후 3시쯤 찾은 광주 금남로 1가 일대. '광주비상행동'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참가자가 몰려 일대가 붐볐다. 김유진 기자

◆"계엄 아픔 있는 금남로에서 계엄 옹호?" 맞불 집회도 열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비상행동'도 세이브코리아 주최 집회에서 불과 100m 가량 떨어진 금남로 1가 일대와 옛 전남도청 앞인 5·18민주광장에서 1만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었다.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쯤부터 집회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탄핵 반대 집회 역시 집회 1시간 전쯤부터 참가 인원이 밀집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양측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 지점을 기동대 버스와 1톤 트럭을 세우고 바리게이트를 쳐 '완충 지대'를 만들어뒀다. 광주동부경찰서측은 20대 중대 규모인 1천여명의 경력을 유사 상황에 대비해 대거 배치했다. 일부 개인끼리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 등 특이사항은 발생하지 않았다.

탄핵 촉구 집회 참여자 대다수는 금남로에서 열린 보수 단체의 집회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김종섭(71) 씨는 "보수 집회가 열리는 금남로 일대는 과거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현장"이라며 "당시 30대였는데 지금도 총칼을 쥔 채 대학생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잡던 계엄군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민주화를 힘겹게 이뤄냈는데 사유도 불충분한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니 세상이 거꾸로 흘러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에서 왔다는 이은혜(29) 씨는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겪어 보진 않았지만 계엄에 의해 희생당한 평범한 대학생, 시민들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아픈 사실"이라며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야 말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하루 빨리 탄핵시키고 나라가 안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