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스케이팅이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활짝 피었다. 차준환과 김채연은 강력한 우승후보들인 일본 선수들에게 나란히 대역전극을 펼치며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반 금메달 획득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어리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차기 동계올림픽에서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두 선수의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한때 세계를 호령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 '키즈'라는 점이다. 김연아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했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변방에 있던 한국 피겨를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었다.
김연아의 성공 이후 수많은 '김연아 키즈'가 탄생했다. 마치 LPGA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박세리 '키즈'가 수없이 탄생했듯이 이해인, 유영, 김예림 등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김채연도 김연아 키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를 시작한 김채연은 항상 김연아를 롤모델로 삼아왔다. 153㎝의 단식에도 강한 체력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고난도 점프 기술을 곧잘 해내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선배 이해인과 후배 신지아 등과 함께 활약하며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붙었다.
그럼에도 착실히 훈련을 해가며 자신의 실력을 쌓았고,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으로 한국 여자 피겨의 1인자임을 각인시켰다.
차준환은 오래 전부터 한국 남자 피겨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시니어 무대에 진출해 ▷2018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 ▷2022 4대륙선수권 우승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5위 ▷2023 세계선수권 2위 등 각종 대회에 입상하며 한국 여자 피겨와 비교해 소외됐던 한국 남자 피겨에 새 지평을 열었다.
특히 올림픽에서의 5위 입상은 한국 남자 선수 최초이자, 2014년 소치 대회 김연아 은메달 이후 8년 만에 나온 가장 큰 성과였다. 김연아를 보고 자란 차준환은 이같은 성과에 항상 '남자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차준환 이번 금메달로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처음으로 병역 혜택도 받게 된다. 또한 역대 피겨 선수 중 최초로 실업팀인 서울시청에 입단한다. 이를 통해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준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두 선수 모두 이제 4대륙선수권 및 세계선수권을 준비한다.
차준환은 14일 피겨스케이팅 대표팀과 함께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단 올림픽보다 먼저 열리는 사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하려 한다. 특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두 대회를 잘 마친 뒤에 올림픽을 향해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채연도 "어릴 때부터 김연아 선배처럼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 발짝을 더 다가간 것 같아서 영광스럽다"며 "내년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서 지금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메달까지 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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