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화점 안내방송도 'AI'로… 유통업계 들이닥친 AI 바람

대구百, 이달부터 'AI 방송실' 도입… 1분30초→15초 단축 효과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대기업그룹에 부는 AI 혁신
매장 운영·고객 데이터 분석 등 폭넓게 적용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한 직원이 AI 기반 앱을 통해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한 직원이 AI 기반 앱을 통해 '가방 습득' 키워드를 입력하자 자동으로 안내방송 대본이 작성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이달 1일부터 안내방송과 매장 음악을 AI로 운영하는 차세대 스마트 방송 시스템인 'AI 방송실'을 도입했다. 대구백화점 제공

"가방 습득."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한 직원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뒤 스마트폰에 대고 키워드를 말했다. 그러자 인공지능(AI)이 상황에 맞게 써준 안내방송 대본이 자동으로 화면 위에 나타났다.

대구백화점은 이달 1일부터 안내방송과 매장음악을 AI로 운영하는 차세대 스마트 방송 시스템인 'AI 방송실'을 도입했다. 기존 안내방송의 경우 방송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전화로 방송 신청 접수→대본 작성→장비 조작(음악 중단)→대본 리딩→장비 조작(음악 송출)→일지 작성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이뤄졌다. 이 과정까지 평균 1분 30초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AI 방송실'을 통해 이 시간이 15초로 대폭 줄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직원들이 그때그때 앱으로 바로 방송을 내보낼 수 있어 시간 단축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 또한 상당하다. 여기에 날씨와 기념일 등을 고려해 매장음악 리스트까지 자동으로 짜줘서 굉장히 편리하다"며 "화재 등 위급 상황, 혹은 주차 등 고객 편의를 위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사안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I 혁신의 물결이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3개 유통 대기업그룹은 AI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AI 전담조직인 'AI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며 전 계열사가 생성형 AI플랫폼 '아이멤버 2.0'을 도입했다. '아이멤버 2.0'은 문서 번역과 요약, 주문형 챗봇, 회의록 자동 생성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조만간 AI 보고서 생성 기능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 사업 확대를 위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협력해 'AI 기반 최첨단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며,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AI 운영관리자(AI-FC)' 서비스를 도입해 점주들이 다양한 정보를 대화 형식으로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용진 회장이 유통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IT회사 '신세계I&C'는 2019년 5월 신설된 AI 전담 조직 'AX센터'를 중심으로 이마트, 이마트24 등과 함께 리테일 산업 특화 AI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이마트는 AX센터에서 개발한 'AI 신선 마크다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판매 실적을 AI가 학습하고 재고 등을 고려해 최적 할인율을 추천하고 할인 라벨까지 자동으로 발행해주는 기술로, 이마트는 해당 기술을 현재 델리(즉석조리)코너 23개점과 수산코너 53개점에서 활용 중인데 올해는 적용 매장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현대퓨처넷 산하 'AI랩'이 기술 개발을 맡고,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내 DT추진실이 AI 전환을 이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이달부터 '데이터 마케팅 2.5'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커뮤니케이션팀은 AI를 활용해 고객의 소리(VOC) 접수 내용을 분석·처리하는 'AI VOC'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법률 및 사회적 이슈를 분석해 광고 제작 시 부적절한 언어를 감별하는 'AI 리스크 관리 시스템'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을 보다 효과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들이 업계 전반적으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AI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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