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전기차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차량 가격이 상승해 소비 심리 위축과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를 조달하는 완성차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고객사 확보와 생산 거점 확대에 집중해 온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긴장감도 높은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완성차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자동차 교체 수요가 줄고 전기차 전환이 지연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북미 시장 전략에 따라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단독 공장 2개와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현대차와의 합작공장 5개 등 총 7개의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하고 있다. 또 GM, 포드, 테슬라 등과 협력하며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포드의 머스탱 마하-E가 멕시코 쿠아우티틀란 공장에서 조립되고, GM의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블레이저 EV가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 조립 공장에서 제조되는 점은 향후 관세 부과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SK온과 삼성SDI의 경우 배터리가 탑재되는 주력 차종 대부분이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관세 장벽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엘앤에프는 최근 작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사업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 현지 진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 시설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 일부는 미국 내 직접 생산 비중이 높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더라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결국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고, 주력 차종도 미국에서 조립되는 기업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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