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의 절차와 법 무시가 지나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었는지는 꼼꼼하게 따지면서 헌재 스스로는 절차적 정의를 가볍게 무시하는 것이다.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쟁의 청구'가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각하(却下)하지 않고 심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권한쟁의 청구 주체는 국회의장이 아닌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국회의장 대리인을 향해 '지금이라도 국회가 의결서를 낼 의향이 있으면 내라'는 취지로 말했다. 출발 자체가 틀렸기에 각하해야 할 사건임에도 보정(補正)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법 제27조, 제29조에 따라 재판 상대방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정명령을 송부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 의장이 청구한 권한쟁의의 절차적 하자를 치유해주겠다고 보정 기회를 주면서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마은혁 임명 요청' 의결은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지 못한다. 오히려 우원식 의장의 '마은혁 임명' 관련 권한쟁의 청구가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고 지적했다. 하자가 있는 권한쟁의 건을 각하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민주당 스스로 하자가 있음을 시인한 사건임에도 헌재가 '마은혁을 임명하라'고 결정한다면 불법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
헌재는 앞서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과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재판부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도 위반했다. 그러면서 일반 형사소송과 헌재 심판은 다르므로 '문제 없다'고 한다. 형사소송법 조항과 원칙을 헌재가 따로 판단해도 된다는 것이다. 문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訊問)을 제한하면서 그것을 '소송지휘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식이라면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이라며 마음대로 재판을 진행해도 그만이고, 마음대로 판결하고도 '사법 권능(司法權能)'이라고 우기면 그만일 것이다. 법과 제도를 이용한 폭력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주요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 검증'을 들고 있다. 그럼에도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두 번에 걸친 선관위 서버 검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상계엄 과정의 절차적 하자만 따질 뿐, 계엄의 원인이 된 계기적 인과관계(因果關係)를 무시하는 것이다. 답을 정해 놓고 재판 일정만 채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졸속 심리로 판결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수긍(首肯)할 것이며, 그 후과(後果)를 헌재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간첩 재판에서도 철저히 지켜지는 절차적 정의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파멸적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작금의 불신은 모두 헌재가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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