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약소국의 권리가 철저하게 외면되고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만 확산하는 '위험한 국제질서'가 표면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협을 느낀 유럽 국가들이 당장 "더러운 거래"라며 경악하는 메시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안보체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핵 위협과 관련, '한국 패싱·북미 직거래'라는 최악의 결과로 치닫지 않을까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 정상들과 연달아 통화한 뒤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를 배제한 어떤 협의도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놓는가 하면 유럽연합도 "성급한 해결책이며 러시아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는 꼴"이라며 반발했다.
고립주의적 외교 정책을 표방하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같은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우리 안보 위험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버리고 핵군축이라는 현상 유지적 입장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대미 외교까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어 공포와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한국 패싱'이 노골화될 우려는 배가되고 있다.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유화 제스처(핵보유국, 친구 김정은 등)는 쏟아지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배려는커녕 언급조차 없다.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과의 접촉할 경우 추후 통보만 받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동맹조차 가치적 측면보다 거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탓에 바이든 정부 때에 비해 동맹의 강도 역시 약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규 국제학연구소장(계명대 미국학과 교수)은 "넋 놓고 잘못 대응하면 방위비 수조원의 추가 인상 등 큰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와 터놓고 협상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트럼프 취임 후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인해 지역 산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오는 4월 2일 수입차에 대한 관세 계획 발표를 예고하면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도 수출 감소 등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천400만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천900만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49.1%를 차지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그동안 관세가 없었지만, 트럼프 정부가 한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약 4조3천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은 "대구경북의 대미 수출품 1위 품목이 바로 '자동차 부품'"이라며 "완성차 업계가 관세로 겪는 피해는 곧바로 지역 부품업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품기업으로서는 개별적으로 미국 관세에 대응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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