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공부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너무 거창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한 번쯤은 입장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열심히 공부하다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지?'라는 허무함이 몰려오면 힘이 빠져 영영 공부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방향성 없는 공부는 위험하다
'내가 공부하는 것은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어쩌다 집안일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나 지금 공부하는데 꼭 집안일을 시켜야 하나?'라며 불만의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대로 생각할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지 무슨 불만이야, 공부해서 남 주나?'
어떤 학생은 친구를 이기려고 공부할 수도 있다. 이번 시험에서 저 친구만큼은 꺾어 놓겠다는 마음. 누구나 학창 시절에 먹어봤을 법한 마음이다. 혹은 좋은 대학을 가서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보장된 미래를 살기 위해 투자하는 개념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엄마를 위해 공부한다는 것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경쟁을 자극하는 친구가 없을 때도 공부를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 좋은 직업이 미래를 확실히 보장할까? 남의 욕망이 나의 욕망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학습된 것은 아닐까?
동기에는 배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내적 동기, 외적인 보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외적 동기가 있다. 되도록 내적 동기를 가지고 지속 가능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의문을 가지고 공부를 지속할 굳건한 나만의 이유를 정립해야 한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할까
중간고사에서 원하는 등수를 받으면 행복할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할까? 원하는 직장을 얻으면 행복할까? 우리는 쉽게 얘기한다. "대학만 들어가 봐, 다 할 수 있어"라고. 정말일까?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언급한다.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겪는 좋은 일들(새로 생긴 남자친구, 대학원 입학 등)과 나쁜 일들(결별, F학점 등)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3개월밖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즉 작년 12월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그들이 4월 1일에 느끼는 행복감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이렇게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생각보다 빨리 지운다.
또 극단적인 경험을 한 번 겪으면 감정이 반응하는 기준선이 변해 그 후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언급한다. 중상위권 성적의 학생이 전교 1등을 한 번 하고 나면 예전 성적을 다시 받았을 때 실망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된 자들의 '행복 더듬이' 또한 둔해진다. 복권 당첨 후 그들은 TV 시청, 쇼핑, 친구들과의 식사 같은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서 이전 같은 기쁨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큰 비극인가.
즉 내가 간절히 바라는 그 무엇도 성취하고 나면 나의 기본값이 되어 당연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목표로 한 것들을 이뤘을 때의 행복이 비극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지녀야 한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목표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그 목표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버리고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그날 목표로 한 할당치를 해내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기. 그것이 지속적 행복을 향한 방법이다.
◆실패 없이는 배울 수 없다
학창 시절 정말 샘이 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늘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그 친구를 질투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 친구 부모님이 두 분 다 교수라서 과목별로 따로 공부를 봐 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고 보니 손에 들린 과목별 요약본도 특별해 보였다. 나도 매번 그 친구를 이기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도 책을 보았고 친구들과도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내 등수를 그 친구와 비교하며 속으로 그 친구는 1등을 한 대신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니 내가 낫다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러다가 도대체 저 친구는 뭐가 특별할까 하여 관찰해봤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친구의 모든 책에는 작은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색깔도 여러 가지였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친구에게 그 포스트잇을 왜 붙이는지 물어보았다. 특별한 비법을 숨길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그 친구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응, 이거 완전히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빨강, 애매하게 이해된 것은 노랑, 개념은 충분히 이해됐는데 관련 문제를 풀어봐야 할 것은 초록으로 붙인 거야."
그때 알았다. 내가 요행으로라도 그 친구의 성적을 앞질렀다면 이 학습 기술을 배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부터 실패를 나쁘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했다.
수업 중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있다. 쪽지 시험을 치면 답을 베끼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실패해 봐야 더 배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명상의 제1원칙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배우는 태도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모든 과정과 순간순간 또한 소중하다. 그러니 그 순간도 좋아야 한다. 그러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향성을 정립한 후 다만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실전달자(조운목쌤,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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