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제7차 변론에 앞서 '반대신문사항을 미리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반대신문사항을 제출하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신문사항이란 증인의 거짓이나 위증을 밝히기 위한 질문지를 말한다. 쉽게 말해 헌재가 윤 대통령 측에게 '변론 때 증인에게 물을 질문 내용을 미리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특히 헌재는 이번 탄핵 심판 핵심인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관련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사항도 미리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제7차 변론에 앞서 문 대행은 "먼저 증인 반대신문사항 제출에 오해가 있어서 설명을 하겠다. 증인 반대신문사항을 1일 전에 제출해 달라고 재판부가 요청한 적은 없다. 다만 동영상 상영 등 필요한 사항을 준비하고자 심판사무과 직원이 반대신문사항을 미리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심판사무과 직원이 증인에게 반대신문사항을 미리 제공한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헌재 홈페이지를 보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4일 예정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3일 미리 반대신문사항을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압박이 없었다면 반대신문사항을 미리 내지 않았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 측은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 반대신문사항을 하루 전 미리 내긴 했지만 홍 전 차장 반대신문사항만은 절대로 미리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계속된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는 홍 전 차장 신문이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반대신문사항을 법원에 미리 내는 것은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에서도 거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당일 증인신문 4시간 전 반대신문사항을 헌재에 접수할 수밖에 없었다. 헌재의 거듭된 압박 때문이었다.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석 헌재사무처 사무관은 홍 전 차장 반대신문이 있던 4일 오전 11시12분부터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에 약 1시간 마다 총 4차례 전화를 걸어 끊임 없이 반대신문사항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이날 홍 전 차장 증인신문은 오후 5시30분에 예정돼 있었다. 압박에 못이긴 윤 대통령 측은 오후 1시30분 질문지를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는 증인신문 4시간 전 윤 대통령 측이 홍 전 차장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법연구회 등 헌재 신뢰도는 지금 바닥을 치고 있다. 불공정 심판 논란에 빠진 헌재가 이 질문지를 탄핵 청구인단 쪽에 미리 공유했을지 누가 아냐"며 "탄핵 청구인단의 증인신문은 확인 목적에 불과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반대증인신문으로 증인들의 위증이나 거짓을 뒤집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 보고 신문사항을 미리 내라는 건 매우 잘못된 처사"라고 했다.
반대신문사항 제출을 압박한 이석 사무관은 "공보관실에 물어 보라"고 했다. 천재현 공보관은 재판부와 헌재 사무처를 하나로 보지 말고 독립된 개체로 봐 달라고 했다. 그는 "문 대행 말은 '재판부'가 요청한 게 아니라 '사무처'가 요청했다는 말이었다. 재판부가 사무처에 이런 지시를 한 적도 없다"며 "협조 요구였다. 강제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형사 재판에서도 반대신문사항을 제출하라고 하지 않는다. 헌재가 제출하라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천 공보관은 "강제가 아니라 협조 요청이라서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반대신문사항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인신문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을 제외하고 이미 대부분 끝났기에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
문 대행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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