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단 환경사고에 서구 주민 불안감…손 놓은 서구청

지난 16일 부취제 누출로 서구 전역에 진한 가스냄새 퍼져
유해성 확인 못한 주민들…불안감 호소
서구청, 환경사고 반복에도 소극적 대응 일관

17일 대구 서구 상리동 가스 자원화 시설 현장. 전날 오후 이곳에서 부취제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대구 서구 상리동 가스 자원화 시설 현장. 전날 오후 이곳에서 부취제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전 서구 상리동의 가스 자원화 업체에서 직원들이 부취제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정운 기자
17일 오전 서구 상리동의 가스 자원화 업체에서 직원들이 부취제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정운 기자

대구 주요 환경기초시설이 밀집한 서구에서 환경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들은 잦은 사고에도 서구청이 안전문자 발송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서구청과 대구서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 상리동 가스 자원화 업체의 한 용액보관 탱크 호스에서 부취제가 누출됐다. 부취제는 가스 누출 시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무색무취인 천연가스 등에 섞어 사용하는 물질로 업체는 전날 임시 조치에 이어 이날 부취제 중화·제거작업을 마무리했다.

누출 직후 대구 서부권은 진한 부탄가스 냄새로 뒤덮였다. 지난 16일 직접 방문한 서대구역은 물론, 평리재정비촉진지구, 서구청 인근에서도 가스 냄새가 진동했다. 심지어 현장에서 5㎞ 이상 떨어진 중구 중앙로역 인근에서도 오후 3시쯤 '가스 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서구에서 발생한 환경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7월 염색산단에선 유독물질인 황산가스가 누출됐고, 불과 지난달에도 달서천 하수처리장 인근 하수관로에서 정화되지 않은 보라색 폐수가 발견됐다.

인근에 방천리 쓰레기매립장과 달서천 하수처리장, 염색산단 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둔 서구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평리3동 주민은 "집 근처에서 환경 사고가 한 번만 나도 불안할 텐데, 마치 연례 행사처럼 자주 터지니 이젠 사고 '낌새'만 보여도 심장이 뛴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서구청의 소극적 대응이 주민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청이 부취제 누출 사실은 물론, 유해성 여부도 주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구청은 2023년 황산가스 유출 사고 때도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지 않아 주민들의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서구청은 조치가 미흡했음을 시인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날 재차 주민들의 빈축을 사게 됐다.

실제로 16일 부취제 누출 민원을 접수한 서구청은 가스안전공사·경찰·소방 등 관계기관과 현장 확인에 나섰지만 누출 물질에 유해성이 없다며 별도 조치 없이 복귀했다. 서구청은 이날 주민에게 안내 문자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취제는 흡입해도 인체에 직접적인 유해성은 없지만, 과도하게 들이마시면 두통과 구토 증세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평리5동 주민은 "어디서 냄새가 나고, 유해성이 없다는 등의 정보를 본인들(구청)만 알면 뭐하냐"며 "주민들은 창문 틀어막고 벌벌 떨고 있었다. 시답잖은 일로도 보내던 재난안전문자는 정작 필요할 땐 보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구청은 부취제가 유해물질이 아니어서 별도 안내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부취제는 유해화학물질에 해당하지 않아 주민 안내문자 통지 대상이 아니었다"며 "주거지역 일원 악취순찰을 강화해 악취발생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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