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고용지표는 경기 후행지표(後行指標), 즉 경제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된 자료다. 지난해 수출 호조에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던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그대로 반영됐고,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충격은 3년 10개월 만에 취업자 감소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줄어든 일자리는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는데, 대내외 악조건과 맞물리면서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중추인 40대 취업자는 2003년(605만 명)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4년 689만6천 명이던 40대 취업자는 지난해 617만9천 명으로 줄었다. 10년 새 70여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40대 인구 자체가 같은 기간 90만 명 줄기는 했지만 일자리 감소 폭도 마찬가지로 크게 줄었다. 건설, 도소매, 부동산 등 내수 업종 부진에다 조기 퇴직도 한몫했다.
지난해 일자리 증가 폭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급기야 12월엔 취업자 감소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천857만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겨우 15만9천 명(0.6%)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활동에 심각한 지장(支障)을 초래한 2020년 이후 최악이다. 정부 전망에도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7월 내놓은 전망치 23만 명뿐 아니라 12월 발표한 예상치 17만 명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우려대로 건설업 취업자 감소(4만9천 명)의 영향이 컸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다. 도소매업과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일자리 증가의 속내는 더 암담하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26만 명 늘었는데, 20·40대에선 20만5천 명 줄었다.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체 월평균 취업자는 314만6천 명으로, 전년보다 5만8천 명 증가에 그쳤다. 2022년 18만2천 명 증가에서 가파르게 줄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재작년 4만2천 명, 지난해 6천 명 줄었다. 반면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속한 운수·창고업 취업자는 5만6천 명 늘었다. 공공기관 채용 일반 정규직은 2만 명 선이 무너졌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에다 긴축재정 기조가 이어지자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갈수록 줄어든다. 낙담(落膽)한 청년들은 구직시장을 떠난다. '쉬었음' 청년만 지난해 42만여 명으로, 재작년보다 2만1천 명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44만8천 명 이후 역대 최대치다. 청년층 실업률이나 실업자의 수치상 호조와 달리 체감실업률은 악화 일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단기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고령층이 생계형 고용시장을 이끌고 청년층은 갈수록 구직을 포기하는 '불황형 취업구조'가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12만 명 증가를 전망했는데, 증가 폭이 지난해보다도 4만 명가량 줄었다. 정부가 상반기 중 민생·경기 사업 70% 이상의 신속 집행과 18조원 수준의 경기 보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2025년 경제정책 방향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취업 맞춤형 프로그램 등 지원책에 그친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데 지원책만으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도 없는데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획기적인 내수 진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일자리 겨울은 더 혹독하고 암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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