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찰나의 순간 역사적 기록] <37> 1964년 대한민국 산업화 출발지 대구 제1공업단지

삼성 쌍용 대성그룹…기회의 땅에서 글로벌 기업들 탄생하다
대한민국 산업화 출발지인 '북구 칠성동, 침산동'
"수출만이 살길" 근로자들 밤낮 잊고 일에만 몰두
지금의 아세아텍, 평화산업, 조일알미늄 있게 해
도심융합특구 지정…신성장 거점으로 부활 꿈꿔

1964년 대구 연암산 상공에서 본 대구 제1공업단지. 1960년대 서울 구로공단, 부산 사상공단과 함께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던 현장이다. 삼성그룹, 대성그룹, 쌍용을 비롯해 지역 대표 기업인 에스엘(주),아세아텍, 조일알미늄, (주)화랑, 평화산업, 경창산업 등 많은 기업이 모두 이곳에서 시작했다. 아래 왼쪽 건물은 예산부족으로 짓다 만 도청 본관이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대구 연암산 상공에서 본 대구 제1공업단지. 1960년대 서울 구로공단, 부산 사상공단과 함께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던 현장이다. 삼성그룹, 대성그룹, 쌍용을 비롯해 지역 대표 기업인 에스엘(주),아세아텍, 조일알미늄, (주)화랑, 평화산업, 경창산업 등 많은 기업이 모두 이곳에서 시작했다. 아래 왼쪽 건물은 예산부족으로 짓다 만 도청 본관이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0년대 제일모직 기숙사 앞 정원에서 여직원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은 국내 최고 시설의 기숙사와 조경 등으로 취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0년대 제일모직 기숙사 앞 정원에서 여직원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은 국내 최고 시설의 기숙사와 조경 등으로 취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8년 3월 제일모직 부설 성일여중·실업고 입학식. 이 학생들은 낮에는 섬유공장 일터에서, 밤에는 학교에서 주경야독하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일꾼이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8년 3월 제일모직 부설 성일여중·실업고 입학식. 이 학생들은 낮에는 섬유공장 일터에서, 밤에는 학교에서 주경야독하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일꾼이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94년 대구 제일모직 전경. 1995년 공장이 구미로 이전하기 직전 모습으로 왼쪽은 공장건물, 오른쪽은 여자 기숙사 건물이다. 지금은 삼성창조캠퍼스가 조성됐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94년 대구 제일모직 전경. 1995년 공장이 구미로 이전하기 직전 모습으로 왼쪽은 공장건물, 오른쪽은 여자 기숙사 건물이다. 지금은 삼성창조캠퍼스가 조성됐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8년 5월 1일 대한방직 공장 일대 전경.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이곳은 제3공업단지와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공업지대였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8년 5월 1일 대한방직 공장 일대 전경.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이곳은 제3공업단지와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공업지대였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0년대 대한방직 원사 생산라인에서 여직원들이 누에 고치를 풀어 견사를 뽑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70년대 대한방직 원사 생산라인에서 여직원들이 누에 고치를 풀어 견사를 뽑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0년대 칠성동 대성연탄 공장(대성그룹 모태) 직원들이 말수레로 연탄을 출하하고 있다. 당시 연탄은 겨울철 대표 난방 연료로, 사무실과 가정에서는 대부분 연탄 난로나 연탄 보일러를 사용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0년대 칠성동 대성연탄 공장(대성그룹 모태) 직원들이 말수레로 연탄을 출하하고 있다. 당시 연탄은 겨울철 대표 난방 연료로, 사무실과 가정에서는 대부분 연탄 난로나 연탄 보일러를 사용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64년 대구 북구 연암산 상공에서 본 칠성동과 침산동. 드넓은 신천 너머로 아스라이 자리한 단층 건물과 거대한 공장들. 시원스레 뻗은 침산로 왼편에는 제일모직, 오른쪽으로는 대한방직, 삼호방직 공장이 마치 섬유도시를 과시하듯 널찍하게 터를 잡았습니다.

오봉산 아래 침산국(초)교 옆으로는 선학알미늄, 무림제지 공장이 북침산네거리를 꿰차고, 경상감영 터에 더부살이 중인 도청이 이사 올 산격동엔 돈이 모자라 짓다 만 본관 건물만 덩그렇게 섰습니다. 멀리 중앙통(로)에서 제일모직 옆을 지나 곧장 신 도청사로 내달릴 도청교(1968년 개통)와 중앙대로(1971년 개통·전 통일로)는 아직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공장이 밀집한 이곳은 대구 최초 제1공업지역.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이 일대가 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신천과 대구역을 낀 터라 용수, 물류 등 공장을 돌리는데 이만한 입지가 없었습니다. 해방 전후에는 섬유·기계·고무·염색 등 크고 작은 공장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97개나 들어섰답니다.

대구역 뒤뜰격인 칠성동은 기업의 산실. 역 부근에는 김성곤이 삼공유지회사(1939년 설립·쌍용그룹 모태)를, 시민운동장 맞은편 침산로변엔 김수근이 대성산업공사(1947·현 대성그룹 모태 )· 이해준이 삼립자동차공업사(1954·현 에스엘(주))를, 그 왼편 너른 들판에는 이병철이 국내 최초, 최대 소모사(梳毛絲)공장인 제일모직(1954·현 삼성그룹 모태)을 보란 듯이 일으켰습니다.

또 김추호의 아세아산업공사(1945년·현 아세아텍), 이태희의 조선기업사(1945· 현 조일알미늄), 최세정의 화랑고무(1950·현 (주)화랑), 김건기의 평화고무공업사(1950·현 평화산업), 손기창의 경창공업사(1961·현 경창산업) 등 지역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선 이들 모두 이곳 칠성동에서 시작했습니다. 칠성동은 기업가들에게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저 무렵 시대정신은 '근대화', '재건'를 통한 산업화. 어서 공장을 돌려 집집마다 대여섯씩 불어나는 국민들을 먹여 살릴 방도를 찾아야 했습니다. 서울의 구로공단, 부산의 사상공단, 대구는 제1공단이 그 명(命)을 받았습니다. 저 넓은 섬유공장은 주경야독 누님들이, 철공장·연탄공장은 새까맣게 분칠한 형님들이 도맡았습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 밤낮을 몰랐습니다. 대한민국 산업화는 이곳에서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어느덧 61년. 칠성동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시커먼 탄가루가 질퍽이던 거리, 시끌하던 공장지대가 싹 아파트 숲으로 변했습니다. 공장은 모두 둥지를 떠나 더 넓은 곳으로, 유일한 흔적 제일모직 터가 이곳이 제1공업단지였음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제일모직은 점점 커서 글로벌 삼성그룹으로, 세계의 '별'로 우뚝 섰습니다. 그 제일모직 터는 이제 삼성창조캠퍼스로, 벤처 청년들이 제2의 별을 찾아 또 밤잠을 설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정부로부터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돼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대구의 도심융합특구는 산업·주거·문화가 어우러진 '대구형 판교 테크노벨리'. 도청 터(현 시청 별관), 경북대, 삼성창조캠퍼스가 협업해 신 성장 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핵심 콘텐츠는 도심항공교통 (UAM), 첨단 로봇, 지능형 반도체. 산업화 출발지에서 다시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비상할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

1992년 10월 10일 대구 제일모직 공장(가운데) 일대 모습. 공장 앞쪽 건물은 성광중고등학교로,1993년 복현동으로 이전하기 전 모습이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92년 10월 10일 대구 제일모직 공장(가운데) 일대 모습. 공장 앞쪽 건물은 성광중고등학교로,1993년 복현동으로 이전하기 전 모습이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92년 10월 10일 대구 대한방직 공장(가운데) 일대 모습. 멀리 오봉산이 보이고 대한방직 왼쪽으로 1984년 조성된 북구청, 북부경찰서 등 공공기관이 보인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92년 10월 10일 대구 대한방직 공장(가운데) 일대 모습. 멀리 오봉산이 보이고 대한방직 왼쪽으로 1984년 조성된 북구청, 북부경찰서 등 공공기관이 보인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2023년 7월 24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옛 제일모직 터·아래)와 경북도청 터(현 대구시청 별관·위). 이곳은 2024년 11월 도청 터(시청 별관),경북대와 함께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돼 신성장 거점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2023년 7월 24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옛 제일모직 터·아래)와 경북도청 터(현 대구시청 별관·위). 이곳은 2024년 11월 도청 터(시청 별관),경북대와 함께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돼 신성장 거점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2021년 11월 1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내 밴처오피스에 입주한 미텔슈탄트 조동인 대표가 밤이 깊도록 맨토링 화상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2021년 11월 1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내 밴처오피스에 입주한 미텔슈탄트 조동인 대표가 밤이 깊도록 맨토링 화상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2025년 3월 23일 칠성동, 침산동, 도청 터(시청 별관) 일대 모습. 지난해 11월 도청 터, 경북대, 삼성창조캠퍼스가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돼 신 성장 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2025년 3월 23일 칠성동, 침산동, 도청 터(시청 별관) 일대 모습. 지난해 11월 도청 터, 경북대, 삼성창조캠퍼스가 도심융합특구로 지정돼 신 성장 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태형 기자 th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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