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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조유진] 근본적인 예술의 의미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얼마 전, 크리스티(Christie's)가 인공지능(AI) 미술품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경매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내며 예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2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진행될 이번 경매에 대해 크리스티 측은 기술과 예술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 의견 또한 분분하다. 경매를 진행한다고 밝힘과 동시에 약 4천여 명의 예술가들은 인공지능 기반 미술 창작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도구가 여러 예술가들의 작업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는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의 저작권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 지에 대한 논란과 맞물려 있으며, 예술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은 첫 등장과 함께 미술 창작 분야에도 도입이 되었고, 미술계의 주요 이슈와 화두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간 예술가들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예술에 활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표현방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물론, 인공지능의 기술적인 면은 두말할 것 없이 혁신적이다. 하지만, 입력값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은 어찌 보면 기계적이고 규칙에 의존한다. 감정을 느끼거나 직관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기에 인간 예술가가 가진 '내적 세계'를 반영하기 어렵다.

내적세계가 반영되지 않은 인공지능의 창작을 진정한 창조성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미술의 창조성에 대한 본질과 의미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이는 인간의 내적 세계를 외부로 표현하는 시각적 언어이며, 감정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다루는 방식이다. 경험, 감정, 사고가 결합된 창의성을 근간으로, 그 과정에서 예술가의 개인적 시각이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반영된다. 예술은 종종 인간이 느끼는 고통, 기쁨, 사랑, 그리고 존재에 대한 탐구이다. 그렇기에 예술 작품은 단순히 '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창의성은 여전히 예술 창작의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인공지능은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서 도구로 함께할 수는 있지만, 그 창작물에 담긴 인간의 고유한 감정과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대신, 인공지능과 인간의 창의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며, 두 요소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지의 개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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