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번 잘못에도 매장"…김새론 죽음 계기로 자성 목소리

허창덕 영남대 교수 "엄격한 사회 분위기에 악플 등 부작용…실수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절실"

배우 김새론이 16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김 씨가 23년 4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음주운전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배우 김새론이 16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김 씨가 23년 4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음주운전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배우 김새론(25) 씨가 16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평소 김 씨를 괴롭힌 악성 기사와 악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수에 대해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엄격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나종호 미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며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씨는 2022년 5월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이듬해 법원에서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영화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반대 여론에 무산됐고 이후에는 생활고를 겪으며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 씨의 사망 이유로는 악성 기사와 도를 넘은 악플이 꼽힌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모습 공개에도 일부 악플러는 "보여주기식이다", "그동안 벌어 둔 돈은 어디가고 생활고냐"며 김 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동안 번 돈 대부분을 가족에게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연극 '동치미'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혀 자진 하차했다. 김 씨는 당시 본인 SNS에 동영상을 올려 "그만들 좀 하면 안 되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악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씨의 팬들은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명문을 올려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며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씨의 죽음을 두고 전문가들은 잘못에 지나치게 엄격해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악플을 생산하는 것은 한 차례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엄격한 사회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껴 배출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 직접적인 타겟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며 "실수와 실패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그게 25살의 젊은 청년이었다면 사회가 실수를 허용해줬어야 한다. 최소한 교육공간에서라도 실패에 관대해져야 그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도를 넘는 악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뉴스 플랫폼의 악플 유통과 SNS 규제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새론 씨의 비극으로 악플이 얼마나 폐해를 끼치는지 느낀다"며 "김새론 씨를 계기로 포털 뉴스조차 이런 악플과 정치적 분열 문제를 가중하는 것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서 이러한 비극이, 정치적 혼란·분열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배우 김새론의 빈소 고인의 영정사진이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배우 김새론의 빈소 고인의 영정사진이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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