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현실 세계에서 약소국은 서럽다."
트럼프 2기 집권이 시작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연상시키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협상을 개시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역시 마음대로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식의 트럼프식 일방통행 외교는 한반도에도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도 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강압적 행태에다 한국 패싱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은 마치 6.25전쟁 종전 협상에서 당사국인 남한의 의사와 관계없이 분단된 한반도의 아픈 역사마저 떠올린다.
◆당사국인데 초대받지 못한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당사국임에도 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양국 간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시작을 합의했고, 첫 협상 무대가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하지만 정작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협상의 주도권을 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해서다.
실무협상에는 미국 측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특사가 나서고,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이 참여한다.
미·러 정상 간 대면 회담도 조만간 열려 전쟁 종식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인 오는 4월 20일까지 휴전이 이뤄지길 원한다"고 밝혔으며, 실무협상안을 바탕으로 트럼프와 푸틴 간 '빅딜'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일방적 협상 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뺀 협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EU)도 종전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크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강요된 평화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비극 어디서 왔나?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서방을 과하게 믿은 채 핵무기를 포기한 데서 시작한다. 소련 붕괴 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영국에서 영토·주권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 핵무기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국민 3명 중 1명만이 핵무기 보유를 찬성했다. 자주국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자유를 찾기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 러시아의 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유럽의 자유진영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원했다.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의 행태를 용납하지 않았고, 군사력을 동원해 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력을 벗어나 미국과 유럽의 품 안에 안기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바다로 향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곡창지대, 각종 광물(희토류 등)을 보유한 지역이기에 지정학적, 전략적 국가이익 차원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등에 업고 러시아와 힘겨운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미군을 배치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의 50%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침략당한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종전 과정에서 이권을 챙기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의 나라 일 아냐? 핵무장만이 살 길
우크라이나의 설움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한국 역시 언제든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어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면서, 당사국인 한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패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국방부 장관 등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도 이에 발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 내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한반도 비핵화' 보다 '독자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파 진영 내 몇몇 유력 정치인들은 대놓고 '독자적으로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군사 전문가들 역시 지금이 미국 트럼프 정부에 독자 핵무장 카드를 강력하게 요구할 적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간 핵무기 숫자를 줄이는 군축 협상 등 '스몰딜'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에겐 재앙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기반을 우선 갖추자고 강조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이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고농축 기술 등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미국 싱크탱크 애슬랜틱카운슬의 '글로벌 예측 2025' 조사)에서도 '향후 10년 안에 핵무기를 가질 가능성이 큰 나라' 중 세 번째로 꼽혔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더욱 고도화한 데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북한발 위협이 더 커진 상황과 더불어 국내 여론조사에서 독자 핵무장 지지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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