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누이여
꿈꾸어 보자
그곳에 가서 함께 사는 감미로움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으리
그대 닮은 그 곳에서!
그 뿌연 하늘의 젖은 태양은
나의 마음엔 신비로운 매력
눈물 속에서 반짝이는
알 수 없는 그대 눈동자처럼
그곳엔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락 뿐
...
희귀한 꽃들이며
화려한 천장 그윽한 거울
동양의 현란한 문화가 모두
거기서 속삭이리.
..."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의 시 <여행에의 초대>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종종 이와 같이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의 낯선 곳으로의 '여행 초대장'을 받아들면 가보지 않은 미지의 그곳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보들레르가 이상향으로 여겼던 인도여행과 같은 오리엔탈리즘을 떠올린다.

◆타이완 등불축제
대만, '타이완 등불축제(The TAIWAN Lantern Festival)' 초대장이 도착했다. '화려하고 몽환적인' 축제라고 표현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한, 특별한 등불의 성대한 축제가 타이완의 관문, '타오위안(桃園)'에서 2월 12일부터 23일까지 열리고 있다.
'빛으로 이어진 천개의 연못, 타오위안'을 주제로 한 <2025년 타이완등불축제>는 타오위안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등불예술로 연결,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지도록 연출한 아름다운 에술의 향연이다. 수천여개의 등불로 이뤄진 축제장은 타오위안 공항, 지하철 A18역의 '주등 전시장'과 A19역 인근 '빛의 놀이공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등불축제는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참석한 정부주관 공식축제로 해마다 대만의 주요도시에서 열리는데 타오위안에선 16년 만에 열렸다.
이번 등불축제의 주등인 <무한의 낙원>은 예술가 리밍다오(Akibo)의 작품으로,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와 워터슬라이드를 모티브로 무한대의 기호를 형상화한 구체와 기하학적인 형태로 미래지향적인 놀이공원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무엇보다 AI와 결합한 주등은 이번 축제에서 가장 독창적인 등불이었다. 주등전시장은 '함께 하는 우정의 즐거움, 지속가능한 국제적인 선, 최고의 혁신적 만남'을 주제로 한 6개의 주요 전시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라이 총통이 개막식을 알리면서 '홈런'을 치는 포즈를 한 것은 타이완 프로야구 출범 36주년을 동시에 축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등불과 야구를 사랑하는 타이완답게 중국 전통 등불과 '야구'를 접목한 등불축제다. 타이완은 지난 해 연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2강 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정월대보름인 이날 개막한 <타이완 등불축제>는 TSMC 등 타이완의 미래주력산업과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의미도 담았다. 주등 이외의 아기자기한 소형등불은 '뱀(蛇)'의 해를 테마로 다채로운 뱀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등불축제는 23일까지지만, 타이완은 아기자기한 여행의 재미(fun)와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선사하는 다채로운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여행지다.
타이완관광청은 '타이완관광 100선'을 선정하고 타이완관광을 장려하는 특별한 이벤트까지 펼치고 있다. 대만여행을 예약했다면 대만으로 출발하기 전 이벤트에 응모, 타이완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당첨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타이완이 주는 즐거움이다. 최고 5,000 NTD(한화 약 230,000원)의 소비쿠폰을 주는 이벤트(5000,taiwan.net.tw)는 6월말까지 진행된다.

◆타이완에의 초대
중화(中華)문화의 종주국 타이완은 중국과 다른 분위기의 미식(美食)과 관광천국으로 중화문화의 정수(精髓)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해외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니우로우면(牛肉麵)과 세계적인 딤섬식당 '딘타이펑'(鼎泰豐), 그리고 '버블티'의 공차(貢茶)는 대만산(産)이다. 무엇보다 위스키의 본고장을 제치고 세계적인 싱글몰트위스키로 급성장한 '카발란'(kavalan)위스키와 '금문(金門)고량주'도 타이완에서 생산된다. 미식과 고급술을 맛보기에도 최적화된 나라가 타이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사태 이후 일본과 베트남 여행에 식상해진 해외여행객들에게 타이완은 MZ세대는 물론 가족여행지로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 쏠려있던 내국인들의 여행선호국가가 다양화되면서 타이완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타이완을 찾은 한국인이 지난 해 100만 명을 돌파했다.
'타이베이 101 전망대'와 시먼딩(西門町), 지우펀(九份)의 홍등(紅燈)거리, 스펀(十分)의 천등(天燈, 풍등)날리기, 야류(野柳)지질공원, '라오허제야시장(饒河街夜市)' 등이 타이완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지만 타이중과 타이난, 까오슝 그리고 화롄에도 가봐야 할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하다.다채로운 타이완을 아직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타이중(臺中)에의 초대
타이베이 인근을 가봤다면 이번에는 타이중으로 가보자. 타이중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널려있다.
'까오메이습지'(高美濕地)는 타이완 최대 습지로 '대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대만이 자랑하는 곳이다. 중국대륙과 면한 타이완 서해안에 위치한 까오메이습지는 일본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까오메이해수욕장으로 바다를 즐기는 휴양객의 사랑을 받았으나 이후 타이중항구(臺中港) 개항이후 토사가 퇴적되면서 해수욕장을 폐쇄했다.
이후에도 계속 토사가 쌓이면서 오늘날과 같이, 생태계가 온전하게 살아난 습지로 거듭났다. 자연친화적인 갯벌이 조성된 습지에는 게와 짱둥어 등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습지에는 방문객들이 직접 내려가서는 안된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습지생태계가 훼손될 지경에 처하자 습지위로 낮은 목제부교를 설치, 습지생태계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허가 없이 습지에 들어갈 경우 (5만~25만 NTD) 벌금을 내야 한다.

타이중 '무지개마을'(彩虹春村)도 요즘 타이완여행의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타이중 HSR역 부근의 자그마한 예술마을 레인보우빌리지는 '대만스러운' 벽화가 그려진 집들로, 대륙에서 건너 온 군인들의 숙소였지만 주변이 개발되면서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자 이 집에 거주하던 황잉푸(1924~2024)란 퇴역군인이 아무런 이 집과 이웃집 벽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다.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그는 동식물과 주변 인물 등 일상에서 만나거나, 생각나는 사물을 그렸다. 그의 벽화는 독특한 동심의 시각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100세까지 살아 온 퇴역군인답지 않게 삶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를 표현하면서 순수한 동심으로 가득하고 따뜻한 시각을 담은 그림들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2022년 주변건물과 바닥도 자원봉사자들의 그림으로 채워지는 등 화제가 되자 타이중시 정부는 이 건물 철거방침을 철회하고 '시민공동창조구역'으로 지정·보호 조치했다. 이어 많은 지역화가들이 나서서 벽화를 추가 그리면서 이 작은 집들이 무지개마을로 자리잡게 됐다, 2024년 초 황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소박한 예술혼은 이 마을에 그대로 남아 소년감성을 여전히 전해준다.

타이중은 예술도시다. 대구의 '오페라하우스'처럼 타이완 국립극장(國家歌劇院 National Theater)도 있어 대만 오페라도 즐길 수 있다. 100여년 역사의 양조장을 개조, 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중국 베이징의 798 예술구를 연상시키는 '문화자산원구'를 어슬렁거리는 재미도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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