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이순동] 탄핵이라는 이름의 패악질

이순동 전 영남대 로스쿨 교수
이순동 전 영남대 로스쿨 교수

탄핵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경우에 국회가 소추하여 파면하는 절차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제도는 고위직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재판제도이다.

공무원의 직무행위 중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에서 보장받은 권리지만 그 권리를 적정하게 행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무거운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이 따른다. 쉽게 말하면 "탄핵 갖고 함부로 장난치지 말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정부까지의 탄핵소추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재인 정부에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 들어 거대 야당이 주도한 탄핵은 무려 29건이나 된다.

일부는 철회되거나 자진사퇴로 폐기된 것도 있지만, 현재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 행안부장관,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 감사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등 국가 안보와 질서유지의 책임을 지는 주요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탄핵 소추되어 있다.

그런데 아직 한 건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탄핵소추에 대하여 책임지는 자는 아무도 없다. 윤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야당의 이러한 탄핵 남발을 '패악질'이라고 호소하였다. 탄핵의 남발이 국정을 마비시키는 내란에 버금가는 범죄행위라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하였는데, 또다시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되어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은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하여도 탄핵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를 총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에게 국방과 외교를 비롯한 국정을 통괄하라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를 마비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대통령 대행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절차상 심각한 흠결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에도 대통령 직무대행자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의 탄핵과 같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함에도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명백한 흠결을 즉시 바로잡아 대통령 탄핵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 달라는 신청에 대하여 침묵하면서 탄핵 남발에 따른 국정 마비를 방조하고 있다. 과연 야당과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는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는가.

한편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무수행의 단절에 따른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론분열의 현상 즉,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 사이의 분열과 반목으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효과가 이와 같이 중대하다면, 파면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이에 걸맞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시도였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탄핵시켜서는 안된다" 라는 여론이 다수였고, 이에 따라 탄핵도 기각되었다.

탄핵소추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정당은 탄핵 역풍을 맞아 참패하였다. 작금의 정치인과 헌법재판소도 광장에 나온 시민들, 특히 청년들의 함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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