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김형준] '진정성 없는 지도자'의 미래는 없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가 흥미롭다. '성장 우선과 실용주의' '경제 중심 정당' '중도보수' 등을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새해부터 '흑묘백묘론' '전 국민 25만원 지원 포기' '반도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수용 가능성 시사' '민주당은 진보 정권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최근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기업의 성장은 나라 경제 성장의 전부"라면서 친기업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말 따로 행동 따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 52시간제 예외에 대해 7개 조건을 내밀면서 거부했고, 민주당이 제시한 35조원 추경안에 전국민 1인당 25만원 기본소득을 포함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방문해 '노동시간 단축'과 '주 4일 근무 사회' 실현을 약속하면서 "우클릭에 대해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반기업·반시장 법안들을 잇달아 밀어붙이면서 경제 중심 정당이 되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렇다 보니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재명 대표는 숨 쉬는 거 빼고 다 거짓말이다"고 혹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진정한 '중도 보수 정당'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전 국민 25만원' 같은 무분별한 현금 살포는 포기하고, 민노총 눈치 그만 보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입법에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정당 선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몰역사적 월권",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의 애처로운 변신(?)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의식한 중도 외연 확장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진정성 제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인의 자질 중 진정성(integrity)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 공익을 위해 사익을 희생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신뢰 구축, 책임 정치, 국민통합,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진정성을 갖춘 정치인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진정성이 없는 정치인은 '불투명한 의사 결정, 사리사욕 추구, 거짓말과 위선, 약속 불이행, 책임 회피, 도덕적 해이'로 점철된다.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결정하고, 공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잘못을 숨기거나, 국민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한다. 국민에게 다양한 약속을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책임을 회피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며,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 사칭' 행태는 '진정성 없는 정치인'의 끝판 왕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자꾸 우클릭 했다고 몰아가는데 저는 우클릭 안했다"며 "원래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선 "우리가 기본적인 진보적 가치를 완전히 다 버린다? 그렇지 않다"며 "그 가치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실용적 측면에 두는 것이다.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엔 "중도 프레임에 속지 말아요.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합니다"라는 글도 올렸다. 이 대표는 일관되게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없고, 수시로 말을 바꾸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정치 지도자라는 사실이 참담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대표의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면서 "이재명은 결코 믿을 수 없는 사람" "이재명이 권력을 잡으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이재명은 절대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확신과 믿음을 국민에게 주었다는 것은 다행이다. 단언컨대 '진정성 없는 지도자'의 미래는 없다. 국민들은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결코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