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이춘근] 중국의 패권 야욕(中國夢)을 파쇄하는 트럼프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세계의 강대국들은 모두 패권국의 꿈을 꾸고 있다. 2등 혹은 3등의 지위에 만족하는 강대국은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관찰한 시카고대학의 미어샤이머 교수는 기왕의 국제정치 이론만으로는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사안인 '패권 경쟁'을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 새로운 국제정치 이론을 만들게 된다. 바로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라는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떤 강대국도 궁극적 목표는 1등 패권국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은 모두 합리적,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중국과 미국의 전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적(悲劇的)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제3세대 이론인 공격적 현실주의를 제시하는 책의 제목을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이라고 정했던 것이다.

소련을 붕괴시킨 냉전이 끝난 세상에서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은 소수파에 불과했다. 소련을 물리쳤다는 승리에 도취한 미국 학자들 중에는 "갈등으로서의 인간의 역사는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했었고, 세계화 시대에서 중국이 부상한다는 것은 미국은 물론 세계의 경제 향상을 위해 너무나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막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식자들에게 세계화주의자들은 "중국이 부자가 되면 민주주의 국가가 될 터이니 괜한 걱정은 집어치우라!"고 소리쳤다.

물론 학자들 중에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미어샤이머 외에도 다수 있었지만 중국을 직접 견제하겠다고 나선 정치가는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2011년 12월 간행된 「미국이 터프(Tough)해져야 할 때: 미국을 어떻게 다시 NO. 1 국가로 만들 것인가?」라는 책에서 아무리 정치가들이 달콤하게 말한다 해도 "중국은 미국의 적이다. 지금부터 중국을 미국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라고 단언했다.

아직 정치가가 되기 이전이었기에 중국을 적이라고 노골적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르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중국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을 주저앉힐 정책을 가동하기 시작한 트럼프는 관세정책을 통해 중국 경제의 등뼈를 부수기 시작했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트럼프 1기 재임 기간 동안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지난 4년 동안 중국의 경제는 조 바이든 정부가 재임하며 트럼프와 비교할 때 비교적 온건한 대중국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못했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 눈에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도 있었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중국 경제체제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진정한 자유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적인 정치체제가 보장되지 않는 한 중국의 경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과감한 민주화는 중국을 분열과 파탄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공산독재를 지속하다가는 중국은 폭발할 것이다. 두 가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시진핑의 슬픔이다.

이번 임기 중 중국 공산당을 본격적으로 붕괴시키겠다고 벼르는 트럼프는 러시아를 등 두드려 주면서 중러 동맹을 와해시키고 있다. 가히 충격과 공포의 외교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과감한 트럼프식 외교는 그동안 중국의 주변을 건드리면서 변죽을 울리고 있었다. 친중적인 캐나다, 멕시코, 파나마 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시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2월 25일 트럼프는 놀라운 이민정책을 제안했다. 500만달러를 내는 사람에게는 영주권(Green Card)보다 더 혜택이 좋은 골드 카드(Gold Card)를 주겠다는 것이다. 2017년 중국이 자랑하던 AI가 '중국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돈 벌어서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이라고 대답, 중국 공산당을 분노케 했던 적이 있었다. 500만달러를 내고서라도 미국에 가고 싶어 하는 부자들이 제일 많은 나라는 단연코 중국이 아닐까?

시진핑은 중국의 부자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트럼프의 한마디는 시진핑을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트럼프가 지금 중국몽을 철저하게 파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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