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통칭해 '임상예술'이라 합니다. 사이코드라마 같은 분야를 임상예술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임상예술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박용진 가족사랑정신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다소 생소한 단어인 '임상예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임상예술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치료 전문가들이 모여서 언어 기반 상담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예술기법으로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며, 보다 전인적이고 실제적 성장을 돕고자 노력하는 학회다.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박용진 신임 회장에게 임상예술이 무엇인지, 또 임상예술학회에서 하는 일에 대해 인터뷰해봤다.
△임상예술은 조금 낯선 단어인데
-임상이라하면 보통은 병원치료 상황을 의미한다. 치료를 위해서 진행되는 상황을 통칭해 임상적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예술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행위를 넘어선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활동을 예술이라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도 특화되고 어느 순간 직업화돼 다소 어려운 부분이 되기는 했지만, 결코 삶과 분리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예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통칭해 '임상예술'이라 부르고 있다.
△임상예술학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유석진 박사가 온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여러 예술적 방법이 꼭 필요한 분야라고 판단해 1982년에 임상예술학회를 창립했다. 당시 예술요법은 매우 다양하고 각각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분야이기는 하지만 또한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이 분야를 통틀어 '임상예술' 이라 부르기로 했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설립된 지 40년 넘은 전통 있는 학회이다.
△학회는 그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로만 구성돼 있는지
- 처음에는 정신건강의학과의사들이 모임을 주도했지만, 많은 예술분야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면서 실질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사이코드라마, 연극치료, 미술치료, 음악 치료, 댄스 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사이코드라마는 어떤 것인가
- 모레노 박사가 정신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만들었다. 카우치에 누워 자신의 무의식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증상 호전에 한계가 있다고 믿고, 안전한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드라마형식을 만들어 현장감을 높여서,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리고 상대방 마음도 잘 인식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체험함으로써 깨달음의 실제적 깊이와 강도가 업그레이드돼 치료효과가 강렬하게 나타난다. 일반 드라마와 달리 사전 대본 같은 것은 전혀 없으며 그 당시 주인공이 느끼는 느낌, 생각, 감정 등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진다.

△사이코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 저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20년 넘게 개인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나름 해결책을 알려주면 실천해 좋아지는 환자도 많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는 잘 했는데 실천하는 것이 어려워 발전이 더딘 환자도 있었다. 그러한 내담자들을 보면서 인지적 이해, 정서적 공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을 어떻게 도와주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와중에 사이코드라마를 알게 됐고 이 방법이 기존의 치료적 방법에 여러 예술적 기법이 더해져서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이코드라마는 어떻게 활용되나
- 자신을 더 잘 이해하여 행동 수정을 빨리 할 수 있고, 그룹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것을 몸소 익힐 수 있다. 즉, 인지적 이해에 머물지 않고 체험적으로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왕따 등 많은 문제가 있다. 어느누구도 왕따를 시켜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경우 반전체가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의 역할을 체험해 보면, 피해자의 느낌을 더 체감할 수 있고, 그러한 느낌으로 타인을 가해하는 행위가 월등히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 그러한 구체적 사례가 있나
- 중고등학교에서 단체로 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 대학생 집단에서는 불안증상으로 타인에게 말조차 걸기 어려웠던 학생이 사이코드라마 주인공 경험을 한 이후 다음 방학때 유럽여행을 다녀온 경우, 어느 만학도는 주인공이 돼 자신의 힘든 점을 드라마로 체험한 이후 자신이 몇 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힐링감을 느꼈다고 했다. 개인 진료실에서는 부모에게 짜증내고 현실을 회피하고 공부를 거부하던 고2학생이 시간여행 등 여러 사이코드라마 기법을 활용해 스스로 고3, 수능 이후의 모습, 즉 미래의 자신으로 가서 현재의 자신을 관찰하며 드라마를 진행한 이후 짜증도 덜 내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경우도 있다.
△ 요즘 사회에 도움이 될까
- 요즘 우리사회 많은 분들이 불신과 분노에 차 있는 것 같다. 타인의 잘못은 쉽게 눈에 뛰고 왠지 나만 피해자이고, 타인은 가해자인 것 같은 느낌,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차게 되고 그래서 타인과 협력 및 사회적 조화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제1원칙이 '타인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고, 우린 결국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한다'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강제로 조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의 목소리를 분노와 비난보다는 이해와 공감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타인들과 같이 마음 나누기를 체험해 봐야 한다. 더 이상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 결정하고 지시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그 첫걸음으로 여러 사람들이 만나서 상호 소통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도 이제는 그러한 그룹적 치료방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은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 소아 청소년뿐만 아니라 여러갈등 속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성인 및 인생을 통합해야 할 시점의 노년기에도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 길에 '임상예술'적 방법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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