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 종전 협상을 비판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정권 교체 필요성을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맞서 3년 동안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지지율 4%에 불과"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협상에서 배제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데 대해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놓고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 종료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답하며 "이는 러시아가 제기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면 머리기사로 트럼프의 발언을 전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는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이달 초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젤렌스키 지지"
우크라이나 언론은 강하게 반박했다.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는 트럼프의 언급에 대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시된 주장이라면서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반박했다.
이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방식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젤렌스키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52%로 트럼프가 밝힌 4%와는 큰 차이가 있다. 다만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앞선 조사들에서 2022년 5월 90%, 2023년 12월 77%, 2024년 5월과 9월 각각 59%로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는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권을 잡았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2023년 10월 29일 총선, 지난해 3월 31일 대선이 치러져야 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내려진 계엄령을 근거로 모든 선거의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젤렌스키가 대선을 취소함으로써 국가 권력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향후 양국이 상황에 따라 종전협정 등 합의문에 서명할 일이 있을 때 상대가 적법한 대통령이어야 하는데 젤렌스키는 아니라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후 젤렌스키의 암살도 여러 차례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국 일간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자신을 권력에서 끌어내리려 한다며 러시아의 작전명을 '마이단 3'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이단은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독립광장 마이단에서 시작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뜻한다.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불리는 이 시위로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반서방 노선을 이끌어온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됐다.
댓글 많은 뉴스
[기고-안종호] 대구 군부대 이전지 선정, 공정성 담보해야
신지호 "한동훈, 달걀 세례 받더라도 당원과 진솔한 회한 나눌 것"
한동훈 '비상계엄' 다룬 책, 예약판매 시작 2시간 만에 댓글 600개 넘어
전한길 '尹 암살설' 주장…"헌재, 尹 파면 시 가루 돼 사라질 것"
이철우 "국힘, 조기 대선 운운할 땐가 尹대통령 지키기 총력 쏟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