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학교급식 육류 단가 하락에…축산 업체 "남는 게 없다…급식 질 저하 우려"

올해 돼지고기·한우 단가 전년 대비 5~25% 떨어져
대구교육청 "적정 가격 형성 위해 시장조사 업체 늘린 영향"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소고기를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소고기를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대구시교육청이 학교 급식 재료로 납품되는 육류 단가를 올들어 갑작스레 낮추면서 납품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20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학교 급식에 많이 소요되는 육류 단가가 전년 대비 5~25% 감소했다.

1월에는 한우 차돌박이 부위가 전년보다 24.6% 줄었고, 돼지고기 안심 23.1%, 돼지고기 앞다리(전지) 20.7%, 돼지고기 뒷다리(후지) 12.5% 각각 감소했다. 2월에도 한우 차돌박이가 전년 대비 24.6%, 돼지고기 안심 23.1%, 돼지고기 앞다리 20.7%, 한우 안심 14.3% 하락했다.

대구 지역 학교 급식 식재료 단가는 대구시교육청과 위탁 계약을 맺은 한국물가협회의 시장조사를 통해 정해진다.

협회가 지역 축산 업체에서 조사한 육류 가격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일선 학교들이 입찰을 통해 납품 업체를 선정하는 식이다. 협회가 올들어 육류단가를 갑자기 부위별로 20% 전후 낮춘 가격을 제시하면서 축산 업체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축산 도매업을 운영하는 A업체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육류만 단가가 낮아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육류 세절(잘게 자름) 등 작업비, 인건비, 배송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소매업을 운영하는 B업체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낮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육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급식의 질 저하가 우려돼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교육청과 한국물가업체는 시장조사 업체 표본을 늘리며 육류 단가에 차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국물가업체 관계자는 "기존 3년 동안 지역 4개 업체로부터 가격을 조사했는데 올해부터 신뢰성 확보를 위해 9개 업체로 대상을 확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좀 더 다양한 업체들이 가격을 제시하며 최저가가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대구 지역 육류값이 타 지역보다 비싸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서울·부산 등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도 대구의 육류 단가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업체의 상황도 고려해 학교 급식 식재료 품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적정 단가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며 "최저가가 아닌, 조사 평균값이나 최빈값(가장 많은 빈도로 나타나는 값) 선정 등을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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