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기금 빌려 신공항 짓겠다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재원(財源)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활용하려는 대구시 구상이 정부의 태도 변화로 어려운 고비를 맞았다. 정부는 TK신공항 건설기금 법정화, 공자기금 우선 지원 근거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최근 '수용 곤란'이란 입장을 내놨다. 일관성 없는 일 처리이며, TK 현안에 대한 냉대(冷待)다.

TK신공항 건설 특별법 개정안(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안)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TK신공항 건설기금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에 대해 형평성 문제, 유사(類似) 요구 확대 등을 이유로 '수용 곤란' 입장을 보였다. 또 공자기금을 우선 지원하는 근거 마련에 대해선 "특정 지방 사업에 대한 융자를 법령에 의무화할 경우 공자기금 자금 운용에 경직성을 더해 국가재정 전체를 지원하는 (공자기금) 역할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TK신공항 사업에 공자기금을 쓸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그해 10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과 면담 뒤 "공자기금 활용 문제를 정책실장에게 지시해 지금 검토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는 기재부와 협의 과정에서 공자기금을 TK신공항 사업에 지원하는 것은 법적·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職務停止)되자, 기재부가 태도를 바꿔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TK신공항 사업은 건국 후 처음 추진되는 민·군 공항 통합 이전이다. 신공항은 유사시(有事時)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시설이다. 정부가 수수방관(袖手傍觀)할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 이 사업이 '기부 대 양여' 방식이지만, 지자체가 사업비(17조원) 전액을 자체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리의 정부 기금(13조원)을 빌려 안보와 국민들을 위해 쓸 공항을 짓겠다는데, 이게 그토록 무리한 요구인가. 전액 국비가 지원되는 가덕도신공항, 제2 제주공항 건설과 비교하면 너무 차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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