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국주의의 실체를 이해해야 대한민국호의 행방이 보인다"

[책]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
김성해 지음 / 개마고원 펴냄

[책]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
[책]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

트럼프의 복귀로 전세계가 거센 풍랑 속에 휩싸였다. 특히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워 보지만, 뭐 하나 대응할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취임 전부터 예견은 됐던 '거래주의'니 '관세 전쟁'은 이미 현실화했고, 그린란드・파나마운하에 대한 무력 불사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수 운운하는 놀라움에 이르기까지, 갓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향한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이른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O)'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런저런 명분의 포장 없이는 하기 어려웠던 행동을 이제는 솔직한(?) 트럼프가 등장해 초제국(Ultra-empire)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러면 저자의 주장은 당장 '미국이 어째서 제국이냐'는 반박에 맞닥뜨리게 된다.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굳이 강조했어야 할 만큼, 한국 땅에서 '제국주의'를 말하기란 수많은 편견과 무지의 벽을 뚫어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제국/제국주의'란 그저 역사책에 나오는 옛이야기이거나 '미제(美帝)' 운운하는 북한 정도나 입에 올리는 시대착오적 용어로 인식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를 사는 가장 큰 희생자는 과거 식민지 국가"라며 "식민 모국과 신생 독립국 사이의 부당한 종속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고 세계사 속 수많은 사례를 동원해 논리를 입증해 나간다. 지금껏 세계 사회 질서 속에서 미국이 행해 온 이른바 '선의(善意)'를 치밀하게 분석해본다면 과거 제국들이 약소국을 상대로 벌였던 착취 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국제사회의 본질을 미중 갈등을 뼈대로 하는 '신냉전'의 관점에서 보느냐, 초제국 진영과 이를 깨려는 진영 간의 대립이라는 '탈제국'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미국은 '필수불가결한 강대국'으로도 '일방주의적 제국'으로도 볼 수 있다.

다시 4년 동안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대내외적으로 강공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4년 동안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대내외적으로 강공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제국주의'라는 단어의 사용에 동의하든 아니든 우리의 최우선 고민은 '대한민국 호'의 생존이다.

저자는 "보수든 진보든 이념을 떠나 지금의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우린 왜 여전히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서 서로 싸울까? 거의 내전 수준의 분열이 특히 한미동맹과 북한 문제에 집중되는 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지금 상태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처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쪽은 현재를 최선의 상태로 보며 '현상유지'에 무게를 싣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이면서 전쟁 공포에 떨어야 하는게 정상이냐고 물으며 언제까지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막대한 주한미군 분담금을 내야 할지 반문하는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국 사회가 이제라도 '제국맹(盲)'에서 벗어나 '제국주의 미국'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미국 등 서구 중심의 사고와 정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 강화'라는 고지를 정해놓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던 기존의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다자질서에 맞는 외교 전문가 집단을 육성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법칙이 작동하는 국제사회라는 정글 사회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냉전 사고방식에 젖어 없는 적을 날마다 만들어내는 한국 사회를 보면서 현실감각 없이 무모하기만 한 '돈키호테'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면서 "흑백논리에 빠지지 말고 항상 냉정해지자고 했던 마키아 밸리가 되기 위해 우리는 뭘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오스트리아나 스위스 같은 중립국이 되는 방안이나, 싱가포르의 사례이다. 324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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