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틴 놔두고 젤렌스키만 때리는 트럼프… "역겹다" 미국내서도 비판 목소리

트럼프, 젤렌스키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연일 맹비난
미국 공화당조차 비판 목소리…유럽에선 일제히 젤레스키 옹호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연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간)을 비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행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연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간)을 비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본격 진행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당사자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놔둔 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연일 때리자 분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유럽 정상들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트럼프 "젤렌스키는 독재자"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 등으로 칭하며 맹비난했다.

앞서 18일에도 종전 협상 참가 자격에 시비를 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재선을 위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전쟁을 절대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해서는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보통 수동태를 사용해 표현해 왔다.

또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러시아의 공격은 끔찍하다"고 말한 것을 제외하면, 비슷한 평가를 내린 적이 거의 없다. 이따금 비판적 견해를 드러낼 때도 "나쁜 실수"라는 식으로 도덕적 측면보다 전략적 측면을 부각할 뿐이었다.

미국 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대통령이 친구로부터 돌아서서 푸틴 같은 폭력배를 편드는 것을 바라보기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케네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도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했다"며 "쓰디쓴 경험을 통해, 푸틴은 깡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럽 "민주적 지도자" 엄호

유럽 정상들은 일제히 젤렌스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미·러 밀착에 따른 '유럽 패싱'에 우려에 대비해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도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전쟁 중에 선거를 미루는 것은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그랬듯이 지극히 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숄츠 독일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한 마디로 잘못되고 위험한 일"이라며 "정확한 것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국가원수로 선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와 동맹국의 일치된 입장은 명확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 있으며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미러 관계 개선" 웃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일 '난타전'을 벌이면서 러시아는 웃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진영 수호'를 기치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맞섰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大國) 외교'를 통해 러시아와 큰 틀에서 '딜'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미러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에너지, 우주탐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나아가 양국 대사를 신속히 임명하고 외교 공관 운영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정상화에 두고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위기 등 매우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 간 신뢰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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