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권성훈] "운명의 심판" 오대삼 씨와 육대이 씨

재판관 8인을 향한 호소 "3껏 정신"(양심·소신·재량껏)
4명 재판관은 방향성 정해져, 4명의 선택은?
원망은 하겠지만, 5천175만 국민이 받아들일 것

권성훈 국제팀 차장
권성훈 국제팀 차장

"신이시여~~~, 이 나라는 어디로 가나이까?"

이미 나라는 좌우로 갈가리 찢겨져 있습니다. 서로 소통은커녕 사실관계조차 인정하지 않고,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것조차 각오할 정도로 분열과 대립의 극한 국면입니다. 성경의 유명한 솔로몬 재판이 이 나라에는 적용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가 서로 자신의 아기라며 "그래! 반반으로 나누자"고 하니, 솔로몬 왕이 두 엄마에게 사죄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이제 오롯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헌법을 위배했는지, 아닌지를 냉철하게 판단해 주셔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기울어진 운동장(압도적 탄핵 지지 여론)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큰 고민 없이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법리보다는 여론 재판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릅니다. 일단 현재 여론조사는 5대 5(윤 대통령 지지) 내지 5.5대 4.5(탄핵 찬성과 기각) 정도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수 지지층은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처럼 "우리 아기가 아닙니다"라고 물러설 생각이 추호도 없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폭력사태도 그런 저항 정신의 발로였는지도 모릅니다.

현재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 출처=뉴시스
현재 헌법재판소 8인의 재판관. 출처=뉴시스

헌재 재판관 8인은 국민 앞에 벌거벗는 채로 서 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미선, 정계선, 정정미 재판관은 진보 세력을 위한 '답정심'(답을 정해 놓은 심판)이 나올 것이 99% 이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들 4명은 이틀밖에 근무하지 않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마저 인용했습니다. 그래서 4대 4 탄핵 기각 판결이 나왔습니다.

다음 달 중순 즈음으로 예상되는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는 이념적 성향이 중도와 보수 즈음으로 갈음되는 4명의 재판관(정형식-김형두-김복형-조한창)의 양심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헌재의 10차에 걸친 심리를 지켜본 보수층은 정형식 재판관(홍장원 메모 추궁)만을 '확실한 우리 편'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스코어는 4대 1 정도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3명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오대삼(5대 3) 씨로 탄핵이 기각될 수도, 육대이(6대 2) 씨로 인용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7대 1로 결정 날 수도 있고요. 기구한 운명처럼 한 명의 재판관 결정이 현 대통령으로 그대로 가느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느냐를 결정하게 되는 셈입니다. 김형두,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님! 국민 여론과 편향된 언론 때문에 큰 부담이 되겠지만, 소신껏 후회 없도록 판결하십시오. 어차피 국민 절반의 원망을 살 것이 자명합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법조인 개개인이 갈 수 있는 최고의 영광된 자리이자, 법치주의를 지키는 보루입니다. 특히 헌법을 심리하는 재판관은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무거운 심판을 하는 곳입니다. 눈치 보지 마시고, 역사적 심판에 당당하게 임하십시오.

'미스터 소수'가 되어도 좋습니다. 8명은 '3껏 정신'(양심껏·재량껏·소신껏)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하든지, 인용하든지 하시면 됩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미움은 받겠지만, 심판은 이 나라 5천175만여 명(지난해 말 기준) 국민 모두가 받아여들야 할 법적·제도적 장치입니다.

"대한아~~~, 민국아~~~, 너는 지금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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