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물류창고 10곳 중 9곳 화재 안전 사각지대…"대책 시급"

방촌동 물류창고 불 '인명피해 날 뻔'…소규모 창고 소방 점검 '사각지대'
대구 지역 내 일반대상 소규모 물류창고, 전체서 93.3% 차지
전문가 "안전관리 사각지대 점검 인력 늘려야"

20일 찾은 대구 방촌동 한 물류창고 화재현장. 다 타버린 자재들이 바닥에 쌓여있고 출입 통제선이 쳐져있었다. 김유진 기자
20일 찾은 대구 방촌동 한 물류창고 화재현장. 다 타버린 자재들이 바닥에 쌓여있고 출입 통제선이 쳐져있었다. 김유진 기자

지난 17일 대구 동구 방촌동에서 화재가 난 의료기기 판매용품 물류창고가 소방당국의 정기적인 안전점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소규모 창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전체 창고시설 중 이 같은 소규모 창고가 전체의 9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방안전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전점검 의무 없는 소규모 창고서 불…주민들 화들짝

20일 찾은 대구 동구 방촌동의 한 물류창고 화재 현장은 불이 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매캐한 냄새가 자욱했다.

불이 난 물류창고는 흔적도 없이 쓰러진 상태였다. 바람이 세게 분 탓에 불이 번지면서 인근 실내 테니스장을 덮은 천막 일부가 타버렸고, 바로 옆에 붙어있던 또 다른 물류창고 벽면도 일부 뜯겨나갔다.

해당 창고는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주거단지에 있었던 탓에 화재 당시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화재 현장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 김모(69) 씨는 "거실에 있는데 '펑펑' 터지는 굉음이 연이어들려 창문을 열어보니 연기로 온통 자욱했다"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물류창고 바로 뒤에 있는 빌라로 불이 번질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창고 옆 테니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이승재(73) 씨는 "당시 동호회 회원들이 20명가량 있었는데, 천막 사이로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들이닥쳐 서로 안심시키며 바깥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이 난 창고가 소방당국의 정기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안전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이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연면적 1천㎡ 이상인 3급 이상 창고시설부터 소방안전관리자가 별도로 지정되는데 이곳은 면적이 이보다 작은 소규모 창고여서다.

실제로 동부소방서는 화재가 발생하기 4일 전인 지난 13일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일제 조사'를 실시했지만, 불이 난 방촌동 물류창고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동부소방서는 1급 창고시설 2곳과 3급 창고시설 2곳만 점검했다.

이곳처럼 점검의무가 없는 소규모 창고가 유독 많다는 점도 문제다. 대구의 전체 창고시설 3천103개 중 소방안전점검 의무가 없는 소규모 창고가 2천896곳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화재안전조사 대상인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조차 점검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소방안전본부는 2023년 기준 화재안전조사에서 대상 7만7천290여곳 중 5.7%인 4천370여곳만 조사했다.

◆소방당국 "인력난 심각"…전문가 "민간위탁 해서라도 조사 인력 늘려야"

소방당국은 저조한 조사실적 이유로 인력난을 꼽고 있다. 조사 인력이 지역 소방서마다 최대 4명 수준이어서 물리적으로 모든 시설을 들여다보기 힘든 구조라는 주장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최근 농지가 아닌 도심지에도 소규모 물류창고가 늘면서 화재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화재안전조사 인력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헌 경북도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면 자재가 순식간에 타버리는데, 이런 창고들이 최근들어 물류 배송 서비스가 늘면서 주거지 인근에도 많이 생긴다"며 "소방 측의 조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우선적으로 소방안전협회 등 외부 기관에 민간 위탁을 해서 소규모 물류창고등 점검 사각지대에 처한 시설 위주로 점검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최근 범정부 화재안전대책의 일환 화재안전정보조사가 추가되다보니 화재안전조사율이 낮아졌다"며 "다음달부터 외부전문가 등을 영입해 화재안전조사단을 꾸리는 등 소방 점검 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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