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당신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하십니까?

어떻게 하면 상대의 1초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어떻게 하면 상대의 1초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창업 초반, 나는 늘 문전박대를 당했다. 광고를 팔기 위해 수많은 브랜드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거절뿐이었다. 말 한 마디 건네보지도 못하고 가게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때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쫓겨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는 문전박대당하는 내 모습을 복기해 보았다.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명함을 건네는 순간만큼은 상대가 허락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단 1초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그 1초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그때 결심했다. '명함을 주는 그 1초를 붙잡자.'

나는 단순한 명함이 아니라, 나를 기억하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브랜드 닥터'라는 컨셉이었다.

'당신도 의사이지만 저도 닥터입니다. 브랜드 고치는 브랜드 닥터.'

이 한 줄이 적힌 명함을 건넸을 때, 상대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단 1초 만에 '이 사람이 광고를 잘 만들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했는데, 그 역할을 명함이 해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나는 변한 것이 없었고 명함만 바뀌었을 뿐인데 상대의 태도가 달라졌다. 단순한 광고 영업자가 아니라 '브랜드를 고치는 닥터'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시장의 닭집 광고를 30만 원에 만들던 나는 점점 더 큰 광고를 맡게 되었고, 꿈도 꾸지 못했던 금액의 광고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다. 결국, 광고 책도 세 권이나 출판할 수 있었다.

강력한 컨셉은 상대방에서 강력한 매력을 선사한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강력한 컨셉은 상대방에서 강력한 매력을 선사한다.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하시나요?'

아이디어는 간절함에서 온다.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자 하는 사람 앞에 아이디어는 짠 하고 나타난다. 그저 앉아서 막연히 기다린다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절박함 속에서 아이디어는 스스로 길을 찾아온다.

불경기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갈망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단순한 아이디어는 많지만, 시장에서 통하는 아이디어는 극히 드물다. 그 차이는 '간절함'에서 비롯된다. 간절한 사람은 더 깊이 파고들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끝까지 붙잡고 늘어진다. 그런 사람 앞에 아이디어는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종종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지만, 사실 아이디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작은 변화라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용기다. 그 용기가 모이면 결국 혁신으로 이어진다.

지금도 수많은 창업자와 사업가들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불경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지만, 그렇다고 아이디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일수록 더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남들과 차별화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빛을 발한다.

불경기로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나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아이디어는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우리가 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구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머리 위에 안테나를 꼭 켜두시라. 좋은 아이디어가 당신의 머리 위 안테나에 반드시 걸릴 것이다.

'기획력이 쑥 커집니다'의 저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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