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美 경제사절단 이끌고 전략적 산업 협력 논의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미국 워싱턴DC 공식 방문을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및 의회 고위 관계자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번 사절단은 전략적 산업 협력을 주요 의제로 삼고, 조선·에너지·원전·AI·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 회장을 비롯해 26명으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이 19∼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백악관 및 미 의회 주요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가졌다고 21일 밝혔다. 사절단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했다.

최 회장은 19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의 회동에서 "한국 기업들은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그중 다수가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일자리"라며,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경제적 기여를 강조했다.

사절단은 조선, 에너지, 원전,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간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조선업의 경우 한국의 선박 건조 기술과 미국의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AI·반도체 부문에서는 새로운 서비스 및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을 논의했다. 또한, 에너지 공급망 강화를 비롯해 미래차 서비스 개발, 미국 내 모빌리티 공급망 구축 등의 구체적인 협력 방향도 제안됐다.

미국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강조됐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위해 정책 변동성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이에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여 개 경제사절단을 만났으나, 이번 한국 사절단과의 논의가 가장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투자 환경 개선과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사절단은 20일 재무부 관계자들과도 만나 금융 기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전략적 협력 필요성이 큰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며, 이를 촉진하기 위한 금융 지원이 중요하다"며, 재무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참여 기업들은 조선·에너지·원전·AI 등 전략 산업의 육성과 관련해 예산 절감 및 세수 확보 효과도 기대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시경제 환경의 안정성을 당부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19일 저녁 미국 의회 도서관 토마스 제퍼슨 빌딩에서 '한미 비즈니스의 밤(Korea-US Business Night)'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 하원 휴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 의원, 주지사, 전직 장관, 양국 기업인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100여 명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최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미 관계는 이제 안보 동맹을 넘어 첨단기술과 미래 가치를 선도하는 경제 파트너십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맷 머레이 미국 APEC 대사는 "한미 동맹은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관계"라며,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절단은 행사장에서 각 주(州) 관계자들과 개별 미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사절단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차 사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 조석 HD현대 부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이 동행했다. 자동차·반도체·조선·에너지·철강·플랫폼 등 대미 수출 핵심 산업군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향후 협력 논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방미 일정 이후 21∼22일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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