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 수 안 늘려도 된다" 논문 또 나왔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 '의료 수요와 공급' 경제학적으로 접근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적정한 의사 수를 경제학적 시선으로 접근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세의학학술지'에 '한국의 의사 수 예측 모델'(A Model for Projecting the Number of Doctors in South Korea)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12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김 교수의 결론은 "앞으로 10년간 의료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한 결과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미래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였다.

김 교수 연구진은 "현재 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0년 후 예상되는 의사 부족에 대해 대중이 신뢰하고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예측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의사 부족에 대한 객관적 예측을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은 거의 없었다"라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OECD 통계를 활용해 현재 의료서비스 수요와 공급의 양과 질을 확인한 결과 현재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 보다 눈에 띄게 적지만 높은 노동 생산성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결합돼 현재 우리나라가 의사 부족에 직면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의사보다 의료장비에 크게 의존하는 자본 집약적인 생산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채택하면 의사 1인당 의료서비스 생산량이 증가한다"라며 "데이터를 검토하고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현재 심각한 의사 부족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미래의 의사 수에 대해서도 김 교수 연구진은 지금의 의사 공급 만으로도 충분히 양질의 의료 제공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래 인구통계학적 예측을 바탕으로 의료수요는 10년 동안 매년 1.7%씩 증가할 것이고 노인과 노인이 아닌 인구 집단의 의료수요의 연간 성장률은 1.3~1.9%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2010~2020년 의사수 증가 추세가 점차 감소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종합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의사 성장률은 연간 1.8% 정도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향후 10년간 의료공급 증가율을 계산해 본 결과 김 교수 연구진은 연평균 3.2%라는 수치를 도출해냈다.

결국 의료공급 증가율은 연평균 3.2%인데 수요 증가율은 1.3~1.9% 수준이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안에 의료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즉, 의료기술 발전, 의료장비 증가, 의사 인력의 자연 증가로 인한 공급 증가는 의대증원을 확대하지 않고도 미래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소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뼈대(famework)를 사용해 의사 수요와 공급 수치 이면의 구체적인 가정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이런 투명성을 통해 국민은 어떤 가정이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지 평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 예측을 통해 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