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송지혜] 취향전이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내 옷장은 주로 검은색 계열의 옷으로 가득했었다. 검은색은 취향 없는 내 취향을 반영했다고나 할까? 어디에나 잘 어울려 경제적이고 무채색 톤이 안정감을 준다는 주장을 하며 매번 옷을 고를 때마다 손에 들리는 색은 검정색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밝은 색의 옷을 추천받아 입어본 후, 시도해본 적도 없는 색깔의 옷들이 의외로 나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여태껏 검정의 취향은 내가 만들어간 것이지, 정작 내가 좋아하고 나를 생기 있어 보이게 하는 색깔은 따로 있었던 것이었다.

수십년 동안 가져왔던 나만의 '의복' 취향의 변화로 내 삶의 일부분이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다. 내가 고수해왔던 것들이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의 제안이나 나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였을 때 내 삶의 이야기거리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나는 내가 고수해온 취향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취향은 내 경험과 선택의 결과일지라도, 그것을 형성하는 과정에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 음악, 음식이 모두 나만의 독립적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한마디나 그들의 시선도 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특히 부모로서 나는 자녀에게 좋은 취향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내 취향이 자녀에게 그대로 투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녀에게 강요된 취향은 그들의 선입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녀가 자유롭게 취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음식의 취향이나 음악의 장르처럼 작은 취향일지라도,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의 선택으로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 갈테고 그 속에서 타인과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그것이 일방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나의 취향, 나의 선택이 오롯이 나만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사회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일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이왕이면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싶다. 같은 의미로 나도 다른 이들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단, 서로에 대한 취향강요 없이,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문화 속에서 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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