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사람이 다니지 않고,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길이 사라진다.'
이는 오래된 속담이지만, 오늘날 경북 영양군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과거 로마가 작은 도시국가에서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잘 정비된 도로망 덕분이었다. 도로는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기반이 됐고, 경제와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반면, 영양군은 이러한 교통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고립된 상태에 놓여 있다. 단절된 도로망과 전무한 철도 인프라는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아 결국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영양군은 전국에서도 가장 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역 중 하나다. 군내에 철도가 없는 것은 물론, 고속도로 접근성도 극히 제한적이다. 군민들이 대도시 이동을 위해 가장 가까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더라도 이동하는 데 고속도로까지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러한 교통 불편은 영양군이 산업과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낙후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영양군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영양군의 인구는 1만5천309명으로, 청년 인구 유출 등 꾸준한 인구감소세가 심화되고 있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는 기업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일자리 부족은 결국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을 더욱 늘리는 것이다.
영양군은 현재 정부에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이 고속도로는 강원 양양에서 경북을 지나 경남까지 연결되는 도로로 영양을 비롯한 경북 동북부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9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영양군은 더 빠르게 주요 도시와 연결될 수 있다. 이는 물류비 절감과 함께 기업 유치 효과가 있을 것이고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영양의 대표 관광지인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월산', 영양 자작나무숲' 등도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철도망 구축 역시 시급하다. 현재 영양군 인근 철도역은 안동과 봉화를 거쳐야 하는데 그마저도 거리가 멀어 실질적인 활용이 어렵다. 영양군을 경유하는 철도 노선이 신설되면 물류와 여객 수송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경북도는 현재 추진 중인 철도망 연장계획과 관련해 영양군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 역시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 대한 철도망 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영양군의 교통 인프라 개선은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고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교통망 확충이 아닌 지방 소도시의 교통망을 정비하는 것이 진정한 균형 발전의 시작이다.
국토교통부는 영양군이 제안한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과 철도망 구축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에 나서야 한다. 또한, 국회는 지역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반영해 예산을 확보하고 조속한 착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지역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시급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교통 인프라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와 발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영양군이 '육지 속의 섬'이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지금이 바로 교통망 확충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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